영국 등반가 "등산의 전설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
정상 직전의 수직 빙벽, 네팔 지진으로 붕괴
에버레스트 정상 마지막 관문인 '힐러리 스텝'이 지난 17일 눈 비탈 경사면으로 변했다.[Everest Expedition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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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 여섯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영국의 산악인 팀 모스데일은 "지난해 등반 당시엔 눈폭풍 때문에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등정에선 '힐러리 스텝'이라 불리던 암석 덩어리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의 역사가 사라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베레스트 등정의 난이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모스데일은 산악 전문 웹사이트 '플래닛 마운틴'에 숙련된 산악인들은 힐러리 스텝이 사라짐으로 인해 수직 암벽 등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선 등정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등반 경로가 제한됨으로써 병목현상이 더욱 심해져 산악인들이 오랫동안 추위에 떨며 대기해야 하고, 암석의 상태가 불안정해 오히려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올해 외국인 375명에게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내줘 195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산사태로 셰르파 16명이 한꺼번에 숨지고,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베이스캠프에서 산악인 19명이 사망한 여파로 2년간 에베레스트 등정이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 봄, 에베레스트 등정이 재개됐지만 지진 피해 복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허가 받은 인원은 289명에 그쳤다. 네팔 현지인 등반팀은 이달 정상으로 향하는 경로 정비를 마무리했고,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됐다. 올해 인원이 몰리면서 사라진 '힐러리 스텝' 구간에서의 병목 현상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1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3명의 산악인이 숨지고 한명은 실종됐다고 WP는 보도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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