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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블랙리스트 실행책임 박명진의 심상찮은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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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선 직전 사직서 내고도

‘블랙리스트 백서’ 일일이 수정첨삭

‘청문회 위증’ 소송 대응자료 작성 지시

거부하면 불이익 주겠다 압박까지

문체부 “사표 수리 유예는 감사원 요청” 해명



한겨레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지난해 10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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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업무를 놓지 않는 것일까?

대선 직전인 지난 8일 사직서를 낸 박명진(7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자리 ‘버티기’가 심상치 않다. 사의 표명 뒤에도 업무에서 물러나지 않고 계속 결재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랙리스트 공작 파문과 관련해 위원회에서 만들고 있는 백서에 일일이 수정·첨삭을 지시하는가 하면,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된 상황에서 소송에 대비한 반박자료를 만들라고 아래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등 도를 벗어나는 행태가 알려지면서 내부 비판이 거세다.

17일 문화예술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문체부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자 결재권 행사 등 집무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간부·직원들에게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그는 올해 초부터 간부들을 시켜 국회 위증고발 소송에 대비한 소명자료를 계속 만들어왔고, 다른 주요업무의 결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내부 직원들은 “사의를 밝힌 이상 업무를 놓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로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지냈으며, 2015년 6월 임기 3년의 예술위원장에 취임했다. 2015~2016년, 매년 2000억원 이상 집행되는 문예진행기금 등의 지원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배제하는 청와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공작 지침을 실행한 책임자로 지목돼 문화예술계의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블랙리스트 관련 위증과 예술위 전체회의 회의록 삭제·조작 혐의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로부터 고발당했으나 지금까지 그는 위원장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예술위 노조와 직원들은 박 위원장이 결재권 행사를 고집하면서 블랙리스트 연루 사실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지속해온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문화예술위는 지난 2월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사과를 한 뒤 문화예술계 공청회와 업무개선 방안, 조직 개편안 등의 대책을 준비했으나, 박 위원장 때문에 지금까지도 내용이 공표되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백서 작업에도 내용을 덜고 빼라는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변명하는 간섭을 일삼아 내부 마찰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노조 쪽은 폭로했다. 예술위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이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당한 올초부터 본부장급 간부들과 직원들에게 소송 대응 자료들을 만들라는 지시를 거듭해왔고, 이를 거부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를 견디다못한 일부 간부가 블랙리스트 공작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진정까지 했으나 그 뒤에도 해명·반박자료를 계속 제출받아왔다는 전언이다. 노조 쪽 관계자는 “문화예술위가 블랙리스트 공작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넉달이 지났고 정권까지 바뀌었는데도, 위원장의 간섭으로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수근 문체부 장관 권한대행은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표 수리를 유예해달라는 감사원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현 노조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업무를 계속하는 건 블랙리스트 연루 흔적을 감추고 퇴임 뒤 자기 안위를 지키려는 근거들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비친다”며 “즉각 업무를 접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사직이 확정되지 않아 기본 업무 수행은 해야했고, 변호사를 통해 검찰 수사에 필요한 내부 증언을 부탁한 게 대응자료 요구로 와전됐다”면서 “16일부터 백서 작업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직원들과 합의하는 등 사실상 주요 업무에서 손을 내려놓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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