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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피할수 없는 갈등, 공정한 룰 속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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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는 갈등을 직면하며 살아간다. 데이트 때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를 두고 불거지는 친구와의 말다툼부터, 가족이 반대하는 상대와 결혼하려는 자녀가 부모와 벌이는 기싸움, 종교적·인종적 다름 때문에 벌어지는 잔혹한 무력 분쟁까지. 규모의 차이일 뿐 모두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수없이 겪게 되는 일의 일부다.

이 같은 갈등을 어떻게 하면 '협상'을 통해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인류의 해묵은 관심사다. 미국 하버드대 국제협상프로그램의 창립자 겸 소장이자 협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 다니엘 샤피로 교수는 "뿌리를 잘라내지 않고서 어떤 갈등도 해소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 각자의 합리성과 감정, 내밀한 정체성까지 뻗어나가는 갈등의 뿌리를 인지하는 것에서 진정한 협상이 시작된다는 것.

저자는 뿌리의 맨 밑동에 위치한 개인의 정체성 문제에 주목한다. 믿음(belief)·의식(ritual)·충성심(allegiance)·가치관(value)·감정적으로 가치 있는 경험(emotionally meaningful experience) 등의 '다섯 기둥'으로 구성되는 각자의 본질적인 정체성이 갈등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순간 협상은 돌이킬 수 없는 난항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만의 기둥들 중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게 무엇인지 일찍 깨달을수록 그 약점을 해결하고 갈등 해소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저자의 팁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상대를 마주할 때 서로 완벽히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소위 '안전지대'를 만든 뒤 그 안에서 각자 침범하지 말아야 할 상대의 정체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행동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안전하고 공정한 경기를 위한 일종의 룰을 만드는 셈이다.

저자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내 안에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하나는 사랑과 친절의 늑대, 다른 하나는 증오와 탐욕의 늑대다." 어느 늑대가 이기냐는 손자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다"고 대답한다.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지키고 싶은 인간의 양면적 감정을 상징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화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우리 자신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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