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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화장실 갔다 왔다고 흑인 남성 기내에서 내쫓은 美델타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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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륙전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 키마 해밀턴(왼쪽)과 그에게 짐을 싸라고 말하는 델타항공 승무원(오른쪽). /USA투데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아시아계 승객 한 명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아메리칸항공이 여성 탑승객의 유모차를 강제로 뺏어 말싸움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엔 미국 델타항공이 이륙 전 화장실을 다녀온 흑인 남성을 기내에서 쫓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1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위스콘신 주 밀워키공항으로 가는 델타 항공 기내에서 발생했다.

흑인 남성 키마 해밀턴(39)은 이날 활주로에 진입하지 않은 채 30여분 대기 상태인 기내에 앉아있다가 소변이 급해 기내 화장실로 향했다. 승무원은 “화장실을 이용하면 이륙할 수 없으니 참으라”고 제지했고, 해밀턴은 자리로 돌아왔다.

곧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급해진 해밀턴은 다시 화장실로 향했고, 돌아와선 비행기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델타 승무원 2명은 차례로 해밀턴에게 다가와 "짐을 싸서 비행기에서 내려야 한다"고 말했고, 기장도 기내에 나타나 "신사 숙녀 여러분,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비행기는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 승객 1명을 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밀턴은 사정을 설명하면서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기장과 승무원은 기내에 탄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한 뒤 해밀턴만 빼고 다시 태웠다. 또 해밀턴은 게이트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해밀턴은 마침 기내에서 근처에 앉아있던 변호사 부부가 변호해준 덕에 무사히 풀려났다. 그러나 그는 델타항공으로부터 항공권 비용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델타항공으로부터 돌려받은 금액보다 3배를 더 주고 밀워키행 항공권을 사야 했다. 또 예정보다 몇 시간 늦은 밤 11시에 집에 도착했다.

같은 기내에 탑승했던 크리스타 로솔리노 변호사는 델타항공에 보낸 편지를 통해 "해밀턴이 기내에서 쫓겨난 것은 그의 검은 피부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다시는 델타항공을 타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 했다. 그는 “해밀턴이 화장실에서 돌아오기까지는 1분도 안 걸렸다”면서 "일부 승객 중에는 해밀턴의 편을 들어 함께 항의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고 분노했다.

밀워키 공립학교에서 전임 강사로 일하는 해밀턴은 190㎝가 넘는 키와 레거머리로 인해 종종 이같은 일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델타항공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기내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우리 승무원들은 승객 안전을 위해 노력하며 숙련된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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