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송의주 기자songuijoo@ |
아시아투데이 김범주 기자 = 문화·체육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집행에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실·국장에 대해 청와대가 사직 강요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청와대 지시로 문체부 실·국장에게 사표를 받았다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1·구속기소) 등의 진술과 배치돼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구속기소)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구속기소)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재판에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비서관은 “2014년 9월 김 전 실장이 문체부 1급 실·국장 3명에 대한 사직서를 받도록 지시했느냐”는 특별검사 측 질문에 “없다. 오히려 김 전 실장이 각 부처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김 전 문체부 장관이 특검팀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정 비서관이 문체부 1급 실장들에게 사표를 받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며 정 비서관을 추궁했다.
이에 정 비서관은 “김 전 장관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장관과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이런 안건으로 2~3차례 연락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 전 실장이 문체부 고위공무원을 A·B·C 등급으로 나눠 사퇴를 지시했다고 밝힌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과 김 전 장관의 조사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 측은 문체부 인사과에 대외비로 분류되 저장된 대외비 문건을 공개하고 “정 비서관이 ‘A는 내보내야 할 사람, B는 전보해야 할 사람, C는 주의나 경고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정 비서관은 “차관을 불러 저런 것을 지시했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사안으로 기억이 날 수밖에 없는데,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
정부부처의 공무원 인사에는 대통령도 관여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정 비서관은 “공무원 인사를 청와대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안타깝다”며 “기본적으로 인사는 부처의 장관이 결정하고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검증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 비서관은 당시 1급 공무원들의 사직과 관련해 “당시 김 전 장관이 새로 부임해 판을 새로 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김 전 장관이 정부의 ‘문화융성’ 기조에 맞춰 1급을 교체하는 정도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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