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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헬조선'을 벗어나 세계로…한국 청년들은 왜 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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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헬조선 인 앤 아웃'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열린 일본 해외취업 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워킹홀리데이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배낭여행, 어학연수,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을 벗어나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은 무한 경쟁사회에 들어선 한국이 싫어서, 혹은 경력을 쌓아 국내에서 더 좋은 직장을 얻으려고 국경을 넘는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겠다는 사람도 있다.

젊은 인류학자 7명이 함께 쓴 '헬조선 인 앤 아웃'(눌민 펴냄)은 21세기 한국 청년들의 이동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청년 문제에 대한 연민과 비판을 걷어내고 그들이 이동을 선택한 속내와 그 과정을 면밀히 추적했다.

저자 중 한 명인 이민영씨는 인도 북부에 있는 '요가의 도시' 리시케시에서 인터뷰한 한국인들을 소개한다. 리시케시의 한국 청년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비판했다. 한국에는 희망이 없고, 비인간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리시케시에 온 이유는 휴식과 치유였고, 대부분 만족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장기여행을 마친 뒤의 진로다. 이씨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감행했던 청년들은 한국으로 돌아올 마음도, 돌아와서 생계를 유지할 수단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 공립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연구자 김수정씨가 만난 한국인 유학생들은 대부분 '표류'하는 상태였다.

이들은 막연하게 미국에 가면 졸업장을 따고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서툰 영어와 낮은 학점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한국 유학생들은 한국에서는 국외자로 추방된 상황이었다"면서 "이들은 커뮤니티 칼리지의 부족한 재정을 보완해주는 재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빈곤 퇴치를 위한 봉사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분석한다. 이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나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구호 활동을 했고, 이를 경력 삼아 관련 단체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조 교수는 이들이 '옳은' 일이나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 삶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체류해 영주권을 얻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자원해서 군 복무를 하는 청년들도 있다.

최희정 건국대 전임연구원은 이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입대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에서의 법적, 문화적, 감정적 한계를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취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한국 청년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나라로 이동했지만, 미래가 장밋빛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씨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이민으로, 여행으로 이탈해 나간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묻는다.

288쪽. 1만6천500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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