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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1950년·1967년 이어 50년 만에 “전쟁 목적 연구 절대로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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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군사 지원 힘 쏟자 일본 과학자단체 성명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연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일본 과학자들이 50년 만에 다시 이런 다짐을 하고 나섰다. ‘전쟁하는 나라’의 길을 가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군사 관련 연구 지원을 강화하자 과학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자 단체인 일본학술회의는 지난 24일 열린 간사회에서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연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1950년과 1967년의 성명을 새 성명에 계승하기로 정식 결정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학술회의 집행부는 “방위성의 연구 공모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성명을 냈다. 학술회의는 정부가 군사 분야 연구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나서자 지난 1월 검토위원회를 열어 지침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고, 이번 간사회에서 성명을 내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총회에서 최종안을 만든 뒤 선언할 계획이다.

학술회의는 “과거에 성명이 나온 배경에는 과학자 커뮤니티가 전쟁에 협력한 것에 대한 반성과 같은 일이 다시 생기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밝힌 뒤 “최근 다시 학술과 군사가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군사적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연구에 대해서는 적절성·타당성 등을 심사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학술회의의 성명은 강제성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과학자들에게는 중요한 지침이 돼 왔다. 대부분의 대학 등 연구기관들은 학술회의의 성명을 바탕으로 그동안 군사 관련 연구를 피해 왔다.

아베 정부는 2015년 ‘안전보장기술 연구 추진제도’를 도입해 과학자들을 군사 분야 연구에 끌어들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올해에는 첨단무기나 군사 장비 연구지원비로 110억엔(약 1111억638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의 6억엔(약 60억6348만원)에 비해 약 18배나 많은 액수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반발이 크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맞서 오사카 간사이(關西)대는 정부 지원 군사연구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니가타(新潟)대는 이미 2015년에 ‘과학자 행동규범·지침’을 만들어 군사 기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를 거부하기로 명기했다. 호세이(法政)대도 방위성 연구 공모에 교수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전국의 대학교수 등 2600여명은 정부 지원을 받는 군사연구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도쿄 | 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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