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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언니만 한 동생' 실력으로 입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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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의 길의 음악, 음악의 길]

조선일보

세 번째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은 솔란지. 가수 비욘세의 동생이다. / 소니뮤직 제공


흔히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한다. 이 속담을 듣는다면 누구보다 마음 아파할 가수가 솔란지 놀즈(31)일 것이다. 다섯 살 위 친언니가 천하의 비욘세(36)이니 말이다. 아버지는 음악 매니저 매슈 놀즈이고, 어머니는 패션 디자이너 티나 놀즈다.

솔란지는 9세 때부터 작곡하고 16세에 데뷔 음반을 발표했다. 동생 솔란지의 잠재력을 알아본 아버지는 언니 비욘세가 활동했던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의 멤버로 합류시킬지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솔로 활동으로 '교통정리'했다.

언니 비욘세와 달리, 솔란지는 무척 천천히 주목받았다. 데뷔 음반은 '솔로 스타(Solo Star)'라는 화려한 제목과 달리, 빌보드 차트 49위에 머물렀다. 6년 뒤 발표한 2집 음반은 9위로 선전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솔란지는 인터뷰에서 "밤낮으로 곡 작업 하다가 공황 발작을 겪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룹과 솔로를 합쳐 10여 장의 스튜디오 음반을 발표한 언니 비욘세에 비하면, 동생 솔란지는 과작(寡作)이다. 지난해 그는 세 번째 음반 '식탁의 한 자리(A Seat at the Table)'를 발표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흑인 음악 장르인 네오 솔(neo soul)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면서, 노래와 노래 사이에는 인종 차별과 흑인·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솔란지의 부모가 허심탄회하게 발언한 내용도 담았다. 대중적 반응을 크게 신경 쓰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 음반이 빌보드 음반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점은 즐거운 역설이다. 지난해 언니 비욘세의 음반 '레모네이드'도 차트 1위에 올라서 '같은 해 빌보드 음반 차트 정상에 오른 첫 자매'라는 진기록도 작성했다. 올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도 언니 비욘세가 2개 부문, 동생 솔란지가 1개 부문을 사이좋게 받았다. '형이나 언니만 한 동생도 있다'는 걸 입증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그래서 솔란지의 이번 음반이 더욱 반갑다.

[김성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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