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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동국대 한 학과 남학생들의 천박한 단톡방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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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학생 11명 모인 카톡방서 여성 대상 언어 성폭력

피해자 20명 이상…학교쪽 “인권센터서 조사 중”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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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의 한 학과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언어폭력을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동국대 학생들이 활동하는 페이스북 익명 공간인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에는 ‘**과 일부 **학번 남학우의 단체 카톡방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갈무리한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단체 대화방에는 동국대 A학과의 남학생 11명이 속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을 게시한 ’동국대학교 A학과 단톡방 사건 임시 대책회’는 “2014년 1월부터 4월까지 약 3개월간 이 단톡방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 모욕, 명예훼손 등 각종 언어 범죄 행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임시 대책회는 이어 “같은 과 학우를 비롯해 타과생, 타대생, 미성년자 등 광범위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모욕적 욕설과 성희롱, 외모 비하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임시 대책회가 공개한 단체 대화방 성희롱 발언 중에는 “○양은 줘도 안 먹는 듯”, “○○여고 김○○ 성인식 시켜줘야지” 등의 노골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일부 학생들은 “여자들 국이나 끓이지 대학을 오네”, “흑인들은 머리 쓰는 건 멍청해서 못함” 등 여성비하와 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11명 가운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당 연도에 학생회 또는 학과 내 동아리 집행부의 일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대책회는 “2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대부분의 학우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최근까지도 가해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임시 대책회 쪽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일부 당사자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큰 충격을 받아 가해자들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심지어 한 피해자는 정신적 충격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가해자들의 처벌을 학교 측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대학가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국민대를 시작으로 서울대, 홍익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에서도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동국대 관계자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교 커뮤니티에 글이 게시되기 전, 학내에 대자보가 붙어서 사건을 알게 됐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학내 인권센터에 접수가 되어 현재 학교 차원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학교 측에서도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며 “대학가에 만연해 있는 성희롱 사건을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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