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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와 관련한 가장 포괄적인 국제협약은 1968년 유엔에서 채택돼 2년 뒤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이다. 현재 190개 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이 조약은 핵보유국을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 나라로 제한하고 있다. 이들 핵보유국은 핵기술을 제3국에 이전하는 게 금지되어 있고, 비보유국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이런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하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이 아니다. 북한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지만, 1993년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추진에 반발해 전격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의 설득을 받아들여 석달 뒤 탈퇴를 유보했지만, 2003년 1월 북-미 제네바 합의가 9년 만에 사실상 파탄에 이르자 최종적으로 탈퇴했다.
따라서 핵확산금지조약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문제를 규정하는 건 선뜻 법리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 등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여전한 건,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현실적 노력이 있는진 의문이다. 비핵화 협상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끊겼다. 이후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어떤 외교적 움직임도 알려진 게 없다. 대북제재로 숨통을 죄면 북한이 두 손 들고 나올 것이라는 가정도 점점 헛된 망상이 되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 격화로, 현실은 한반도 비핵화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모든 의미를 잃었다. 종결된 문제”라며 대북 전선에서 이탈했다.
이러다 북한의 핵보유가 굳은자가 되는 건 아닐까.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도 처음엔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핵보유가 기정사실이 되지 않았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핵보유국 불인정’ 구호만 붙들고 있어도 되는 걸까.
미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가 남북을 넘어 국제 핵확산방지체제의 주요 이슈라며 직접 나서 북한을 상대했다. 그럼에도 1990년대 초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래 훌쩍 30년이 흐르도록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 이쯤 되면 ‘핵보유국 불인정’만 되뇌는 건 혹 오랜 정책 실패 또는 무능을 감추려는 꼼수가 아닐까, 의구심이 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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