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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EBS로 장애·가난·슬럼프 극복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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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환·박형철·채수환씨… 수능 강의 듣고 명문대 진학

교육부, 장학생 선정해 시상

조선일보

20일 열린 ‘제 11회 EBS 꿈 장학생’ 시상식 수상자들. 왼쪽부터 최우수상 박형철군, 대상 오성환씨, 최우수상 채수환군. /교육부


"공부하면 뭐하나. 어차피 죽으면 끝인데…."

난치병 척수성근위축증으로 고통받던 오성환(20·경기 서정고 졸)씨의 한때 입버릇이다. 고교 1학년 때는 흡인성 폐렴까지 걸렸다. 숨쉬기가 어려워 밤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잠을 잤다. 공부든 뭐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고교 2학년 겨울방학에 접어들자 "이렇게 죽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남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오씨는 마음의 병을 어루만지는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었다. 병원 다니느라 성적은 이미 엉망이었지만 EBS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대입 수능을 준비했다.

척추가 아파 2시간쯤 강의를 보고 20분은 쉬는 식으로 '수강-복습-예습-수강'을 반복했다. 필기도 쉽지 않았다. 중요한 내용은 머릿속에 저장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재수 끝에 그는 2017학년도 수능 전 과목 1등급 점수로 연세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부에 입학한 박형철(19·대전 충남고 졸)군은 가난 때문에 학원 문턱을 넘기가 어려웠다. 류머티즘 관절염에 시달리는 어머니 약값만 한 달에 100만원을 웃돌았고 아버지 직장은 부도나서 늘 쪼들렸다. 등록금이 싼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EBS 강의를 활용했다. 박군은 "EBS 덕분에 어려운 경제 형편에도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재수를 택한 채수환(19·인천 계산고 졸)군도 EBS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원하던 청주교대에 입학했다.

교육부와 EBS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교육 없이 진학의 꿈을 이룬 학생들을 선정해 '제11회 EBS 꿈 장학생 시상식'을 20일 개최했다. 대상을 차지한 오씨에게는 상금 1200만원, 최우수상을 받은 박형철군과 채수환군에겐 각각 700만원이 주어졌다. EBS 우종범 사장은 "수능 강의를 들으며 목표한 대학에 합격한 수상자야말로 진정한 인재"라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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