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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저성장 덫 빠졌나…전례 드문 0.4% 분기 성장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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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GDP 증가율 0.4% 그쳐

지난 금융위기 이후 0.4% 이하 전례 두 차례뿐

지난해 연 2.7% 성장률…2%대 성장률 '고착화'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전형적인 저(低)성장의 덫에 빠진 걸까.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한 수치다. 시장은 지난해 4분기 0.3%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해왔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국정 혼란을 이유로 ‘경기 절벽’ 우려도 해왔다.

다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다시피 했던 정부소비와 건설투자가 부진해지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도 고꾸라지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가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성장률 전체를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분기 0.4% 성장률 자체부터 전례가 드문 낮은 수치다.

◇전례 찾기 힘든 분기 성장률 0.4%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속보치를 보면, 4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는 평가다. 일부 경제연구기관은 지난해 4분기 갑자기 불거진 국정 혼란 탓에 한때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예측했을 정도였고, 실적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시장 컨센서스도 0.3% 안팎에 맞춰졌다. 그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선방한 지표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부진의 골은 깊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지난 2015년 2분기(2.2%) 이후 6분기 만의 최저치다. 0%대 분기 성장률이 5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2012년 3분기(0.3%)와 2014년 4분기(0.3%) 정도를 제외하면 0.4% 이하의 성장률을 보인 분기도 찾기 어렵다. 전기 대비 0.4% 이하는 연율로 2% 초반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건설투자의 감소가 특히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1.7%였다. 올해 분기별로 6.8%→3.1%→3.5%의 성장세를 보이다가 갑자기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아선 것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11.8% 증가율로 여전히 높지만, 추후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실제 주요 경제연구기관들도 하나같이 올해 부동산 경기의 하락세를 예측하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0.2%에 그쳤다. 식료품 가격 폭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순실 사태와 국외 트럼프 당선 등에 따른 각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실제 실적치로 두드러지게 반영된 게 민간소비다. 한은이 집계하는 매달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해 12월 갑자기 꺾였다.

정부소비 역시 0.5% 증가율을 기록했다.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됐던 지난해 3분기(1.4%)보다 더 낮은 수치다.

그나마 꿈틀댄 게 기업 설비투자다. 전기 대비 6.3%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에 머물렀지만 상승세가 비교적 뚜렷하다.

이는 최근 ‘반도체 호황’ 덕분이다. 삼성전자(005930) 등의 호실적이 GDP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김성자 한은 지출국민소득팀 과장은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제조장비 도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조선·해운을 제외한 주력 업종들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전기·전자업과 화학업 등 주력산업에서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조선업과 해운업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제조업 분야의 GDP도 1.8%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0.9%)보다 더 호전됐다.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는 0.5%포인트다. 제조업 성장이 없었다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을 것이라는 뜻이다.

◇금융위기 이후 연 2%대 성장 고착화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했다. 2015년(2.6%)보다는 0.1%포인트 높아졌지만, 2%대 저성장 국면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6.5% 성장률로 ‘깜짝’ 반등한 이후 줄곧 2~3%에 머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고꾸라지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수출에 기댄 ‘불안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다. 대내외 불확실성 국면은 추후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 여력도 예년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기업 역시 완전한 성장 국면으로 보기는 이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국내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올해 국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빠지거나(53.7%) 비슷할 것(45.1%)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98.8%에 이른 것을 조사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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