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韓경제, 위기라 말하고 희망이라 쓴다] 수출 회복·벤처 활약·새 시장 개척…한국경제, 희망은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메트로신문사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아시아나항공 보잉747 화물기 화물을 탑재하고 있다. /양성운 기자


연안(내수)에는 암초(부채)가 가득해 자칫 난파당하기 십상이다. 활로가 돼 온 먼 대양(교역)은 험난한 파도(글로벌 구조조정)에 바람마저 역풍(트럼프 정부 출범)이 거세다. 올해 한국경제라는 이름의 범선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배를 새로 고쳐 튼튼하게 하고, 새로운 항로를 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하면 된다. 거센 역풍은 삼각돛을 최대한 활용해 지그재그 헤쳐나가면 된다. 비록 조선·해운 등 오래된 돛대가 부러지긴 했지만 한국호(韓國號)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튼튼한 삼각돛이 건재하다.

◆살아나는 수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살아나고 있는 수출의 주역이다. 올해도 수출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바람을 타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급성장 중이다.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기는 하지만 한국이 가진 기술적 우위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의약품과 화장품이 중남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농산물 수출도 지난해 사상 처음 7조원을 돌파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외 여건도 악재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미 당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예고된 초강달러화 시대는 한국 금융에는 큰 부담이지만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수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선데다 중국이 올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방침이라 석유화학의 선전이 계속되고,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철강업계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경제 체질 개선

한국 경제의 오랜 과제인 경제 체질 개선에서도 실마리가 엿보인다.

중소기업청·벤처기업협회의 조사결과 2015년 말 기준 벤처기업의 수는 3만1000여개를 돌파했으며 매출액 합계는 약 216조원으로 같은 해 대한민국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매출액(약200조6000억원)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2016년에도 10월말 기준 2015년말보다 벤처기업의 수가 1600개 가량이 더 늘었다고 벤처기업협회는 보고했다. 벤처 투자규모는 연말 기준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에서도 한국이 벤처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벤처의 활약은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 체질을 바꾸는 동시에 조선이나 해운 등 과거의 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벤처 신규 투자는 바이오·의료, 첨단 정보통신(IT)에 집중돼 있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전체 수출이 고전하던 상황에서도 벤처 수출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새 교역질서 탐색

오래된 돛대가 부러지고 선체가 약해진 한국호의 한쪽에서 벤처에 의한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당장 험한 바다를 건너기에는 불안한 상황. 무엇보다 순항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를 찾는 게 급선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할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아시아 산업 네트워크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한국, 일본, 대만이 중국에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조립해 세계에 공급하던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이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 로봇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등 기존 네트워크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 왔지만 아직은 준비 부족인 상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중국도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처지다.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ECP)과 같이 아시아에 새로운 공동시장을 만들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이 여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적극적으로 아시아 시장 창출에 뛰어드는 동시에 최종소비재 수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사드(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중 교역에 적신호가 켜지기는 했지만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항해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고, 한중 교역 규모는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을 설득할 명분은 충분하다.

송병형 기자 bhsong@metroseoul.co.kr

ⓒ 메트로신문(http://www.metroseoul.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문의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