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무디스 "朴스캔들에 한국경제 타격"…신용등급도 떨어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국가브랜드 추락 / 글로벌 신용평가사 경고 ◆

매일경제

4일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청와대가 안개에 싸여 흐리게 보인다. [김호영 기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순실 게이트를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스캔들'로 표현하며 한국 경제에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무디스는 지난 1일 발표한 '한국과 대만 정부 비교 분석 : 유사한 구조적 제약 요인, 상이한 정책적 대응' 보고서에서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탄핵을 당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현재 진행 중인 스캔들은 한국의 성장 전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양극단으로 갈린 정치권 상황이 구조 개혁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책 실행이 지연되리라 보진 않지만 박 대통령의 정치 스캔들은 이런 전망에 위험 요소로 자리한다"고 밝혔다. 이대로 간다면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불가피함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 '최순실 게이트 경제에 타격'

무디스는 "스캔들은 내수를 훨씬 더 위축시키거나 (4대 개혁 및 부실 산업·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책 실행을 더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캔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 자체가 내년 12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무디스는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한국 정치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다뤘다.

이 회사는 "박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국회가 탄핵 절차를 밟는 게 최근까지 상황"이라며 "국회의원 3분의 2가 탄핵에 찬성하면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대통령을 끌어내릴지 결정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에 새로운 (경제) 정책들은 멈춰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지정학적 위험이 또 다른 걸림돌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했다. 늘상 거론되던 북한 리스크가 저평가되면서 오히려 어두운 국내 정치 상황이 부각된 셈이다. 무디스는 "북한의 정권 붕괴나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하지만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해외 유력 기관들의 경고는 무디스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내 정치 불안'을 한국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꼽으며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OECD는 지난달 28일 발간한 경제전망에서 "2017년 한국은 2.6% 성장할 것"이라며 "국내적인 측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단기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2개월 넘게 지속되는 국정 공백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 '지금은 무정부 상태'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OECD에 이어 무디스마저 국내 정치 불안을 거론하고 나선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 경제전망을 보면 최순실 사태를 많이 우려한다는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 주요 신용평가사에서도 이런 불안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며 "외환위기 때는 정치적 리더십이라도 확고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무정부 상태라고 할 정도로 정치적 구심점이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온 교수는 "정치적 리더십 없이 중구난방이라면 내년도 경제는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최순실 게이트가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적인 건 분명하고, 대내외적으로 내년도 경제 환경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정국이 빠르게 안정을 찾고 대통령선거를 치러 어려운 순간에 빛을 발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국 경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국민 100만명이 거리로 나온 사실을 신용평가사에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순실 게이트는 연루된 대기업들의 리스크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다만 "최순실 게이트 탓에 외채를 갚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신인도가 이 때문에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한국 정책 역량은 높이 평가

무디스는 반면 한국 정부의 정책 역량은 대만보다 높이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한국(Aa2)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거시경제 여건, 재정건전성, 제도적 우수성 등 다양한 강점이 신용등급에 반영돼 대만(Aa3)보다 1등급 더 높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 글로벌 성장 부진 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대만 양국 경제에 제약 요인으로 꼽혔고, 인구 고령화도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부담 요인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한국은 대만보다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을 가동해 단기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특히 재정 지출, 세제 혜택, 기업 투자 등 측면에서 대만보다 상대적으로 큰 회복력을 보였다며 공공기관 구조 개혁과 이에 따른 부채 감축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 건실한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정책적 여력도 있다고 봤다. 한국과 대만이 공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정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점, 국내 투자자 규모가 큰 점, 정부의 우수한 차입 능력도 높게 평가했다.

대만의 경우 한국과 달리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통화정책 활용에 소극적인 면이 있다"며 "경제·금융·문화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저평가했다. 또 "중국과의 정치적 긴장은 대만이 다른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을 추진하는 데에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세웅 기자 /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