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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CEO LOUNGE] ‘한국에 10년간 5조원 투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알리바바·야후재팬의 마술’ 한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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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57년생/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제학/ 1981년 소프트뱅크 설립/ 1996년 야후재팬 설립/ 2004년 닛폰텔레콤 인수/ 2006년 보다폰재팬 인수/ 2013년 스프린트, 슈퍼셀, 브라이트스타 인수/ 2016년 ARM 인수


“10년 내에 한국에 5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

지난 9월 30일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59)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 약속이다. 박 대통령과 만남 하루 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2시간 넘게 회동했다. 두 사람은 사물인터넷(IoT)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소셜커머스 1위 쿠팡에 1조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간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서 출생 배경 외에는 한국과 인연이 적었던 손 회장이 최근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이목을 끈다. 야후, 알리바바, ARM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투자해 성공한 ‘승부사’기에, 국내에서도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쓸 것인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손정의 회장은 1957년 일본 사가현 도스시에서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그는 무엇이든 1등을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우등생이었다. 이런 태도는 훗날 사업가가 된 후에도 그대로 발현된다. 그의 회고를 들어보자.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의 1등만 경험했다. 무엇을 하든 그 분야에서 반드시 1등이 되려고 노력했고 실제 그대로 됐다. 1등이 아니면 기분이 나빴다. 사업도 1등을 제외하면 전부 패배와 같다. 그래서 1등이 되지 못할 사업에는 애초에 손을 대지 않는다.”

후쿠오카 지역 명문고에 입학했지만 이내 중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사카모토 료마(메이지 혁명을 주장한 개혁가)의 일대기를 그린 책 ‘료마가 간다’를 감명깊게 읽고 세계적인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가족의 만류에도 미국으로 건너갈 때 그의 나이 불과 16살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세라몬테고(4년제)에 입학한 그는, 수주 만에 대학 입학 검정시험에 합격할 만큼 천재성을 보인다. 당시 문제가 영어로 출제되자 “영어 실력을 보기 위한 것도 아닌데 사전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해 관철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 입학한 후에도 그의 도전은 끊이지 않았다. 경제와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면서 그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각종 발명에 나선다. 1년 동안 250개나 발명했는데, 그중 ‘음성인식 다국어 번역기’가 샤프에 1억엔에 팔리며 사업 밑천이 된다.

매경이코노미

▶고교 중퇴 후 미국 유학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

1년에 250개 발명한 천재

대학 졸업 후 손 회장은 ‘공부를 마치면 귀국하겠다’는 부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온다. 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19살 때 세운 웅대한 구상이 있었다. ‘20대에는 회사를 세워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리고, 30대에는 최소 1000억엔의 자금을 모으며, 40대에는 조 단위의 중대한 승부를 걸고, 50대에는 사업을 완성한 뒤, 60대에는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준다’는 것. 청년기에 누구나 꿈꿔봄직한 계획이지만, 손 회장은 실제로 하나씩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24살이던 1981년 9월, 종합 소프트웨어 유통업체 ‘소프트뱅크’를 설립한 게 그 첫 번째다.

설립 초기 소프트뱅크는 PC용 소프트웨어 부문 최대 개발사였던 허드슨, 마이크로소프트와 독점 계약을 따낸다. 이들한테서 사온 소프트웨어를 대형 가전제품 시장과 PC 시장에 납품하며 급성장한다. 4년 만에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했을 정도다. 1994년 소프트뱅크 상장으로 손 회장은 단숨에 2000억엔을 끌어모았다. 20대에 벌써 30대 목표(1000억엔 자금 확보)까지 이룬 것이다. 마중물을 든든히 확보한 손 회장은 이후부터 ‘투자의 귀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1996년 제리 양 야후 공동설립자와의 만남에서 야후의 가치를 알아본 게 시작이었다. 손 회장은 야후 지분 49%를 사들이고, 소프트뱅크가 지분 60%를 보유한 야후의 일본법인 ‘야후재팬’을 설립한다. 국내에서 네이버가 설립되기도 전인 인터넷 태동기에 인터넷 검색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꿰뚫어본 것. 일본 포털 1위에 오른 야후재팬은 IT 버블이 붕괴되던 2000년대 초반에도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며 소프트뱅크의 핵심 수익원이 됐다.

2000년 알리바바에 투자한 것은 손 회장 투자의 백미로 꼽힌다. 당시 그는 베이징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독대한 지 6분 만에 2000만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중국 내 신생 IT기업에 투자한 평균 금액(20만달러)의 100배에 달한다. 이 투자로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지분의 3분의 1을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된다. 중국 최고 유통기업이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셈이다. 알리바바는 2014년 나스닥에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250억달러) 상장에 성공하며 손 회장에게 수천 배의 투자 수익을 안겨준다.

2000년대 들어선 모바일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통신 사업에 진출한다. 2004년 닛폰텔레콤과 2006년 보다폰재팬 인수를 통해서다. 손 회장은 당시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아이폰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일본에서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을 독점 유통하게 해달라며 스티브 잡스와 협상에 들어간다. 회사 규모가 작아 잡스가 반대할 것을 대비해 미리 보다폰재팬을 인수, 덩치를 키워놨다는 분석이다. 협상은 성공적이었고, 2008년 7월 아이폰 독점 판매로 소프트뱅크는 NTT도코모와 KDDI 가입자를 대거 끌어올 수 있었다. 2013년에는 게임업체 슈퍼셀과 겅호를 인수, 그중 슈퍼셀을 텐센트에 되팔아 4조원 가까운 차익을 내기도 했다.

물론 손 회장이 투자마다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13년 약 20조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4위 통신사 스프린트는 손 회장의 몇 안 되는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인수 직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직원 수천 명을 감원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13년 인수 당시 10달러를 넘었던 스프린트 주가는 현재 5달러도 안 된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주식 일부를 매각한 것도 스프린트 투자 손실로 인한 부채 상환을 위해서란 분석이다.

올 7월에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프트웨어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소프트뱅크 주가가 10.9%나 하락할 만큼 시장의 우려는 상당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연이은 M&A로 부채가 많은 데다, 반도체와 통신업 간의 시너지도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ARM이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7% 증가한 호실적을 기록하며 기대감도 감돈다.

최근 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회동도 ARM이 연결고리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ARM과 삼성전자는 각각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담당한다. 손 회장의 잇따른 한국 진출 행보는 지난해 발표한 ‘제2스테이지 돌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제까지 소프트뱅크가 일본에 축을 두고 해외 투자를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해외 사업에 축을 두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세계로 무대를 넓히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실제 손 회장은 글로벌 IT 사업의 중심축이 미국 등 서구에서 아시아로 넘어올 것으로 보고, 아시아 주요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의 송전선을 연결해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자는 ‘아시아 슈퍼그리드’도 적극 설파 중이다.

업계에선 투자의 귀재인 손 회장이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게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 유통 컨설턴트는 “손 회장이 적자 규모가 수천억원대인 쿠팡에 투자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셜커머스는 수익성은 부족해도 트래픽(이용자 수)은 매년 20~30% 이상 꾸준히 급증하는 주요 플랫폼이다. 중국 최대 유통 플랫폼인 알리바바와 연계해 글로벌 유통망 구축 등 다양한 사업 구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RM은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와 협업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손 회장은 또 소프트뱅크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만들 만큼 인공지능(AI)에도 관심이 많다. 손 회장이 구상하는 AI 사업을 삼성전자가 구현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업 부문이 크게 겹치지 않는 두 회사가 협업하면 상호 보완(win-w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8호 (2016.10.12~10.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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