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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지카' 확산 싱가포르 비상태세… 물웅덩이 방치하면 16만원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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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퇴치제 품귀 현상 속에도 시민들은 "큰 걱정 안해" 덤덤

공공 질서 위반에 대해 유난히 엄격한 싱가포르에는 '모기 벌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공무원들이 집집마다 수색해 모기가 서식하는 물웅덩이를 방치하다 적발된 가정에는 200싱가포르달러(약 16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제도다. 원래는 모기로 전염되는 열대성 질병인 뎅기열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만 이 '모기 벌금'이 적용되다가 올해 3월부터 싱가포르 전역으로 확대됐다. 올해 이상 고온과 더불어 남미에서 지카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선제적으로 단속을 강화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 모기 서식지를 찾느라 드론을 띄우고 공항과 항만에서 검역을 강화하는 등 모기 전염병 예방을 위해 극성스러울 만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지카 바이러스 첫 지역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2주 만에 감염자가 300명을 넘어서 싱가포르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오는 16일 최대 국제행사인 F1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 대회까지 앞두고 있어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한국과 호주, 대만 등은 싱가포르를 여행 주의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외부의 걱정 어린 시선과 달리 싱가포르 국민 사이에서는 별다른 동요나 공포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편이다. 대학생 탄 분 호우(24)씨는 "임신부 외에는 그다지 두려워할 만한 병이 아니고 사람끼리 전염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주변에 크게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세 살 난 아들을 둔 직장인 탄 키안 구안(29)씨도 "뎅기열 때문에 평소 외출시 모기 퇴치제를 바르고 방충망을 치는 등 이미 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카가 발병했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싱가포르 국민이 지카 바이러스에 무덤덤한 데는 뎅기열·사스 등 대규모 전염병과 전쟁을 치러본 경험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SNS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을 통한 괴담 확신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지카 발병 이후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라면 시중에서 모기 퇴치제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것 정도다.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인 페어프라이스와 일부 의약품 체인 매장은 모기 퇴치제가 동나 '품절' 안내문이 나붙었다. 싱가포르 공군에서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는 카이 웨이준(29)씨는 "모기 퇴치제를 구하기가 어려워 주말에 아내와 함께 국경 너머 말레이시아에 가서 물건을 사 왔다"고 했다.

[싱가포르=최규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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