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월드 톡톡] 문신 있어도 괜찮아요… 日온천 문턱 낮춰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광객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 작은 문신 가리는 스티커 활용

"손님, 어깨에 이 스티커를 붙이시겠어요?"

지난 26일 일본 사이타마(埼玉)시에 있는 한 온천 남자 탈의실에서 직원 시미즈씨가 손님에게 손바닥만한 스티커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손님의 왼쪽 어깨엔 손바닥 크기의 빨간색 하트 문양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일본 온천은 문신을 하면 입장이 안 되는데, 이 업소는 올 초부터 전용 스티커로 문신을 가리면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조선일보

스티커는 가로 18.2㎝, 세로 12.8㎝ 크기로 한 장에 200엔(약 2200원)이다. 피부와 비슷한 아이보리색으로 파스처럼 붙이면 감쪽같이 문신이 사라진다. 시미즈씨는 "스티커를 붙이고 온천에 들어가는 문신 손님이 한 달 평균 10~15명 정도 된다"고 했다.

일본에선 그동안 몸에 문신을 한 사람은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온천을 비롯한 대중목욕탕 이용이 금지됐다. '문신을 한 사람은 야쿠자(조직폭력단)'라는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종교·패션 등을 이유로 문신을 하는 이들이 늘고, 문신이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런 문화도 차츰 바뀌고 있다. 몸 전체를 덮을 정도로 문신을 새긴 사람은 안되지만, 스티커로 가릴 수 있는 작은 문신은 허용되는 추세이다. 일본 관광청이 지난해 전국 료칸(일본 전통 여관)과 호텔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가 "문신한 손님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제도를 정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관광청은 올 초 전국 온천을 대상으로 "문신을 한 외국인 관광객이 온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올 4월에는 일본 최대 규모인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하는 료칸 '가이(界)'가 스티커로 문신을 가린 손님의 입장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문신한 사람이 입장할 수 있는 온천을 지역별로 표시한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




[도쿄=최인준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