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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기타뉴스]2차 여시 대란(?)에 부쳐. -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러니 포기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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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네는 작가,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티셔츠 사태와 웹툰 작가, 메갈리아와 미러링, 페미니즘에 관해 보낸 기고를 8월 1일부터 7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독자 비판·반론 전문도 실었습니다. 연속 기고·반론을 두고 다시 두 편의 글이 들어와 전합니다. 반론 등은 h2@khan.co.kr로 보내시면 됩니다.


1. 그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한혜수의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나는 여성으로서 메갈리아를 거부한다”라는 제목에 맞게 차근차근 제시한 주장과 근거는 대체로 설득력이 있었으며, 아무리 폄하하더라도 박가분의 그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내 입장이 한혜수에 대한 반론인 “메갈리아에 대한 낙인과 배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황성필)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혜수의 글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두의 두 문장이다. “게임 유저나 웹툰 독자들은 김자연 성우, 박지은 작가 등을 ‘여성이라서’ 혹은 ‘페미니스트라서’ 규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메갈리아 그리고 곧 워마드의 행동 강령에 동의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주장과 유사한 문장이 글 중후반부에 다시 등장한다. “게이머들이 김자연 성우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 것은 워마드-메갈리아가 일궈 놓은 자칭 ‘남성 혐오’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주장들이 사실에 매우 근접하다고 판단한다. 관련된 한혜수의 다른 문장을 하나 더 인용한다. “이러한 워마드의 평소 성향과 게시물들은 이미 외부에도 많이 유출이 되어 인터넷을 오래 사용하는 젊은 층의 게이머, 커뮤니티 유저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었다.”(강조는 인용자) 내가 이 글에서 우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티셔츠 사건 이전에 “인터넷을 오래 사용하는 젊은 층의 게이머, 커뮤니티 유저들”, 현재의 상황에 맞게 다시 표현하자면, ‘반메갈리아 진영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이 메갈리아/워마드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여론의 형성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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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에 대한 한쪽 그룹의 입장으로 글을 열었고 계속해서 그것을 논하게 될 테니, 잠깐 다른 입장들을 살펴보자. 사안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을 제외한다면, 반메갈리아 진영과 다른 입장은 거칠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1) 메갈리아 옹호자들. 2) 메갈리아에 대한 호오와 무관하게 반메갈리아 진영의 활동에 반대하는 이들.(메갈리아 낙인 반대자) 3) 메갈리아를 탐탁지 않게 보지만 반대 활동까지는 하지 않는 경우.(관전자) 나는 2)에 해당하는데, 그래서 더욱 반메갈리아 진영의 활동 동기에 대해 파악하고 싶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났을까? 3) 관전자처럼, 메갈리아를 싫어한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다. 넥슨의 김자연 성우 계약 해지에 반발한 이들은 옹호자와 낙인 반대자에 분포되어 있다고 할 텐데, 이들에 대해서까지 메카시즘적 처벌을 집행하도록 한 저들의 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읽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장소라면 최대한 다 찾아갔다. 웹갤(디씨 웹툰갤러리), 오유(오늘의유머), 루리웹, 개드립, 클리앙, 인벤, MLB파크, 웃대(웃긴대학) 등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말하는 기사와 칼럼들도 거의 다 찾아 읽었다. 그리고 댓글로 드러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그토록 보라고, 그러면 실체를 알 수 있을 거라 말하는 곳에도 들어가서 봤다. 워마드와 메갈리아 뿐만 아니라 레디즘, 여시(여성시대) 등에 방문해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각종 언론 기사 및 기고도 계속 구독했으며 나무위키, 리브레위키, 위키피디아, 아름드리위키 등에 등재된 관련 항목도 살폈다. 이제 그들의 화에 대해 내가 파악한 바를 쓴다.

반메갈리아 진영의 핵심 주장과 활동을 그들의 입장에서 건조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메갈리아는 (일베와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혐오세력이다.

②때문에 메갈리아에 대한 지지는 곧 반사회적 혐오의 용인이다. = 메갈리아에 대한 불관용은 곧 반사회적 혐오에 대한 정의 구현이다.

③메갈리안 뿐만 아니라 메갈리아에 대한 지지를 고수하는 개인, 단체를 보이콧하고 문제를 고발하는 것으로 반사회적 혐오세력에 대한 불관용을 표명하겠다. (웹툰 노실드 운동, 동인지 행사의 불법성 폭로, 지지 인사 SNS 방문 압박, 지지 인사의 인사 상 불이익 유도 등)

이 세 가지는 각각 주장이면서 동시에 활동이다.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면 ①은 낙인, ②는 배제, ③은 (연대)처벌로 명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다뤄진 내용 중에는 배제가 극단화된 연대 처벌에 대한 논의가 꽤 많았다. 박은하, 이선옥, 조익상의 글은 연대 처벌의 문제 혹은 제한적인 정당성을 지적했던 예다. 핵심적인 낙인 활동에 대해서도 몇몇 논의가 있었다.(하지율의 글을 참조할 수 있다.) 특히 반메갈리아 진영에서 제출된 낙인의 근거들은 대부분 박제(삭제 후에도 원글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다른 경로로 보관함)되어 유출된 메갈리아/워마드 게시물 및 나무위키의 기존 서술과 박가분의 정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 근거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그들에게 수용되었는지, 근거들은 정말로 그들의 생각처럼 팩트인지, 또 어떤 맥락 속에서 배제와 처벌 활동으로 발현되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작업은 그들의 핵심 주장 ① 낙인을 토대부터 점검하는 일이 될 것이다.

2. 메갈리아가 반사회적 혐오세력이라는 주장의 사적 기원


[참고 : 2015년 주요 커뮤니티 관계도]

커뮤니티들을 살펴본 바, 핵심 주장 ①의 기원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대한 가까이 잡아도 메갈리아 탄생 이전인 2015년 5월 무렵, 소위 ‘여성시대 대란’을 살펴야 한다.(구체적인 내용은 각종 위키 항목 참고.) 이 사태로 오유 및 SLR클럽 등에서 중복 활동하던 여시 멤버들이 대거 이탈하고, 여시는 여러 남초 커뮤니티의 공적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때마침 메르스 사태 속에서 디씨에 메르스 갤러리가 탄생했고, ‘미러링’으로 여성혐오를 의제로 끌어올린다. 이 메르스 갤러리, 이후 메갈리아가 기존 여시 멤버 일부와 평소 일베 말투를 따라하며 유희하던 디씨 남연갤(남자연예인갤러리)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형성, 지속되었다는 것이 남초 커뮤니티 및 나무위키의 주장이다. 여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메갈리아로 이어졌음은 물론, 여성혐오가 의제로 부상하면서 ‘여시 대란’의 마무리에도 영향이 있었다는 면에서 메갈리아는 처음부터 남초 커뮤니티에게 여시만큼이나 눈엣가시였던 듯하다. 뿐만 아니라 메갈리아 미러링의 주요 코드인 일베 말투(‘밈’)의 차용은, 특히 일베를 멸시하던 오유처럼 진보-중도 커뮤니티에는 납득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일베와 메갈리아를 같은 급으로 놓고 보게 하는 데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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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커뮤니티사적 맥락 속에서 오유를 포함한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메갈리아의 의제를 다룬 게시물 및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게시물 작성자를 신고하고 강퇴시키는 일이 이어진다. 과거 국정원의 여론조작 및 여시대란 등을 경험한 오유는, 자신들의 커뮤니티 내에서 메갈리안이 활동하는 것에 예민했다. 여시대란 직전, 여시가 오유 내부에서 암약하던 시기를 ‘여시강점기’라 부를 정도였다. 이후로도 이를 의식하여 ‘메갈리아의 오유 테라포밍(잠식)’, ‘메갈 사상 전파’ 혹은 여론조작 등의 용어들이 활용되며 이를 경계한다는 이유로 메갈리안(으로 의심되는 유저들)을 배척했다.

다른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유사하게 메갈리아의 암약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갔다. (이를 여성혐오 지적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의 거부반응이라 보아야 할 것인지, 메갈리아 혹은 메갈리아의 의제를 공유하던 유저들의 지나친 활동 때문이라 보아야 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사안마다 다르고 그때마다 알력의 역사가 끼어들었다.) 예를 들어 웹갤이나 루리웹은 여시 대란과는 직접적 관련성은 희박하지만, 웹툰 <뷰티풀 군바리>에 대한 연재 중단 청원, <레바툰>, <윌유메리미>, <낢이 사는 이야기> 등의 여성혐오 논란 등 사건사고를 거치며 메갈리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이처럼 메갈리아의 활동과 결부된 각종 사건들과 함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재생산되었다. 그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명목으로 일종의 숙청 작업이 일어나, ‘메갈리아스러운’ 회원들이 강퇴당하거나 자발적으로 탈퇴했다.

이처럼 각 커뮤니티 내에서 이루어진 메갈리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형성(낙인)≒①과 배제≒②, 및 처벌≒③를 파악하는 것은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혜수의 논의처럼 ‘이미’ 메갈리아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업의 중요성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메갈리아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들의 격한 반응의 전거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과정은 사회적 낙인과 배제, 처벌의 커뮤니티 단위에서의 학습 과정이자 그 조건으로서 기능했다.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메갈리아와 메갈리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한 방식, 그리고 그 이미지에 따라 커뮤니티 내에서 낙인을 찍고 배제하고 축출한 방식을 (인터넷) 사회라는 더 큰 장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했다. 특히, 커뮤니티 내에서 누가 메갈리안인가, 메갈리안이라고 해서 축출해도 되는가 등의 반대의견이 제출될 때마다 정체성 유지를 위해 소수의견으로의 연대를 끊어냈던 행위를 사회라는 단위에서도 스스로 정당화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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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메갈리아 관련 오유 게시물에 달린 댓글. 2016년 6월 5일. 출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freeboard&no=1324124#memoWrapper7825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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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강남역 살인사건, 워마드, ‘팩트 폭력’


앞서 살펴본 바처럼, 커뮤니티 내에서 낙인과 배제와 처벌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커뮤니티 구성원 내에서 주류의 여론이 형성된 이상 소수 의견은 무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수 의견은 아래 표 좌항과 같은 방식으로 쉽게 배제되고 처벌되었다. 각종 사건사고를 거치며 시간이 경과되자 커뮤니티 내에는 메갈리아에 대해 동일한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더욱더 다수가 되었다. 갈수록 소수 의견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고, 그만큼 그 목소리에 대한 처벌도 쉬웠다. 이는 다시금 커뮤니티에 지배적인 인식의 유지뿐만 아니라, 지금의 ‘고집스러움’과 그 기반이 되는 의견의 통일을 가능하게 한 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커뮤니티 밖에서 노출하는 데는 몇몇 계기를 더 거쳐야 했다. 그 중 중요한 하나가 강남역 살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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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이후로 워마드 관련 게시물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이후 뭇 여성들의 추모집회가 이어질 무렵이었다. 오유를 비롯한 남초 커뮤니티는 여시, 메갈리아와의 알력으로 인해 이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극혐주의)차단당할 각오하고 워마드의(여시,메갈) 실체 까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된다. 254회 추천을 받아 베오베(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오른 해당 게시물은 워마드 카페에서 소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유료게시판=유게)의 게시글 제목 목록과 일반 게시판 본문 5개 정도를 캡처하여 추렸다. 유게의 게시물 목록은 주로 19금 게시물이며, ‘급식충’(중고교생)을 성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 일반 게시판 본문은 주로 안중근, 세종대왕 등 위인들도 ‘한남충’이라고 비하하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박제해 옮겨온 오유 게시물 아래 오유 유저들은 엄청나게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다.(댓글 145개) 특히 위인들까지도 ‘한남충’으로 지칭하는 발언에 격한 반응을 보인다.

이에 뒤따른 것이 235회 추천을 받은 5월 25일 베오베 게시물이다. “강남역 사태를 보며, 스르륵 유입 아재가 한말씀 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여시 대란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SLR 클럽(스르륵) 출신의 남성은 다소 격한 어조로 강남역 참사와 추모 집회, 그에 대한 미디어 반응을 성토한다. 추모 집회를 주도하는 이들을 ISIL과 테러리스트에 비유하고, 정상/비정상(≒상식/비상식)의 구도를 전제하며,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그 잡것들의 행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로 자임하는 등, 약 2개월 뒤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 사태 이후로 보게 되는 반메갈리아 진영의 주장 및 논리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반대하는 대상의 범주가 다르다는 점이다. “필자는 일 년전 그것들에 의해 십여년을 지내오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버려야했다.” 이 문장이 특정하고 있는 시점과 그림 3의 빨간 박스[인용자] 속 내용에 서 알 수 있듯, “그것들”은 여시 대란의 발화점이 된 스르륵 탑씨(탑씨크릿 게시판, 주로 19금 게시물이 올라오던 게시판. 여시 멤버들이 활동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각종 위키 항목 참조.) 사건의 주인공들과 메르스 갤러리, 메갈리아를 지칭한다. 글쓴이가 워마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이 글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댓글에서는 “메갈여시워마드”, “ㅇㅅ와 그것들의 똥인 메갈이나 워마드”, “강남역 워마드 여시 난동”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강남역살인 사건과 그에 대한 대규모 추모 속에서 워마드의 존재가 발견되었고, 메갈리아와 여시 대란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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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오늘의 유머 2016년 5월 25일 게시물. “강남역 사태를 보며, 스르륵 유입 아재가 한말씀 드립니다.” 중 일부. 출처: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45939&s_no=245939&kind=search&search_table_name=total&page=1&keyfield=subject&keyword=%EC%8A%A4%EB%A5%B4%EB%A5%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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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적 게시물들의 박제 게시물이나 여론을 만들어가는 게시물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공유되면서 워마드의 ‘실체’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이 확립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시-메갈리아/워마드에 대해 약간이라도 옹호하는 듯한 유저에 대한 낙인, 배제, 처벌이 계속되었다. 예를 들어, 위 게시물에도 댓글 반대 의견이 두건 있었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하나, 메갈리아에 대한 진보 인사들의 옹호를 인기에 영합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둘, 추모행사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유 회원 다수가 해당 의견에 비공감을 주었고 해당 의견을 피력한 유저들은 결국에는 차단당하거나 스스로 발길을 끊었다.

이후로 오유를 비롯한 남초 커뮤니티에는 워마드에 대한 더 많은 정보들이 박제되어 공유되었다. 그 중에는 ‘부동액 살인 모의 혹은 실행’, ‘낙태 인증’ 등 실정법상 범죄가 명확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여시-메갈리아-워마드에 대한 비판 논리도 계속 개발되어 낙인의 근거가 되었다. 그중 강력한 근거로 판단되는 게시물들은 어느 순간부터 디씨에서부터 유행한 밈인 ‘팩트 폭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 커뮤니티에 ‘팩트 폭력’ 게시물이 올라오면 다른 남초 커뮤니티로 전파되기도 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시-메갈리아-워마드로 이어진 부정적인 인식은 대표적으로 ‘메갈리아’라는 이름에 대한 낙인-배제-처벌과 ‘팩트 폭력’으로 유지 강화되었다. 김자연 성우가 티셔츠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후로 벌어진 일들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4. ‘팩트 폭력’, 그 이후.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보다 보면, 10분이면 메갈리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이 수차례 발견된다. 주로 언론이나 지식인들을 향한 성토다. 다음 발언도 마찬가지다. “진보 언론들도 (메갈과 워마드의 실체를) 봤으면 그렇게 기사를 못 써요. 근데 보지도 못했으면서 기사를 쓰고 있어.”(팟캐스트 “이이제이” 220화 발언- “메갈·워마드가 뭔지도 모르고, 같은 진보라니 부끄”… 페북지기 초이스, <국민일보>, 2016년 8월 1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0824483&code=61121211&cp=du 이상과 같은 발언들은 메갈리아/워마드의 실체, 혹은 본질을 자신들이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볼 것이라는 자신감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반영함과 동시에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 박가분의 상식 대 비상식 프레임이다. 그들의 이런 자신감은 긴 시간 동안 누적된 확신, 커뮤니티 내에서 반강제적으로 통일된 여론, 그리고 티셔츠 사태 직후 폭발적으로 수집된 ‘팩트 폭력’을 근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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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MLB파크 커뮤니티 채팅 창 캡처(2016년 7월 28일)


공유된 게시물 모두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때로는 팩트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제출된 증거 가운데 사실이 아니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있다. 특히 사태 초반에 많이 발견되었는데, 대체로 처음 워마드에서 해당 게시물을 본 사람이 잘못 인지한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착오다. 하지만 ‘선동과 날조’라고 이름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그 중에는 커뮤니티 내에서 문제를 지적받고 삭제되는 박제물도 있다. 예를 들어, 초반에만 해도 워마드의 “낙태했다”는 사진 게시물을 보고 정말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생리혈을 찍은 사진을 워마드에서 ‘낙태’라는 자극적인 어휘로 ‘주작’(조작)해 고약한 놀이로 즐겼던 경우지만, 그것을 남초 커뮤니티 회원이 박제해서 커뮤니티에 공유할 때에는 “극혐) 워마드 낙태, 태아 유기 증거” 식으로 가져오곤 했다. 지금도 간간이 그렇게 공유되기도 한다. 특히 커뮤니티 외부의 개인 블로그나 SNS 댓글 창에는 꽤 남아있다. 나중에 오해가 해소된다 해도, 이런 충격 역시 기존의 메갈리아에 대한 인상에 덧씌워지고 충격 그 자체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도 작가가 독자를 ‘개돼지’로 불렀다고 알고 있는 커뮤니티 유저가 아직 남아 있듯, 정정보도는 늘 다른 뉴스에 묻힌다.

티셔츠 사태 이후 이러한 박제물들은 SNS에서 메갈리아를 지지한 인사들에게 ‘메갈리아의 실체’를 확인할 증거로 제공되곤 한다. ‘이걸 보고도 계속 지지할 수 있나요?’라는 확신 속에서 들이밀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확신은 과거 여시-메갈리아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의 부정적 여론과 인상을 바탕으로 하여 굳어진 것이기에, 이러한 맥락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다른 이해나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19금 게시물이나 미성년에 대한 성적 대상화 등이 과거 남초 커뮤니티에서 흔히 벌어지던 일이란 것을 인지하는 이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유를 비롯한 반메갈리아 진영은 티셔츠 사건 이후로 보충된 ‘부동액’ 커피 게시물, ‘낙태’(생리혈) 사진 게시물 등 워마드의 ‘도덕적 파탄’의 증거들을 계속해서 활용했다.

이러한 ‘팩트 폭력’ 가운데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것을 지적하는 일은 쉽다. 논리적 허점에 대한 반박도 가능하며, ‘팩트’의 선택적 활용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하지만 문제는 남초 커뮤니티들이 어떤 비판도 들리지 않을 만큼 귀를 닫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귀를 닫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본인들의 논리나 근거여야만 ‘팩트 폭력’이 될 수 있다. 상대 진영에서 그들의 주장에 반하는 어떤 논거가 제출되더라도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이 자신들의 굳건한 믿음에 균열을 가하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예를 들어, 진보 언론의 기사나 논평은 남초 커뮤니티에 진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남초 커뮤니티에 유리한 기사는 ‘개념 기사’와 같은 코멘트와 함께 링크되고, 불리한 기사는 아예 가져오지 않거나 가져오더라도 부정적인 코멘트부터 달려서 공유된다. 댓글에서 비판 의견에 대한 옹호라도 나오면 비공감과 비난성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진보 언론과 메갈리아 배후 단체 연계설과 같은 음모론도 종종 등장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압박을 받던 시절에도 진보 언론이 노대통령을 공격했다는 ‘팩트’로 메신저를 까내리기도 한다. 메시지와 메신저를 구분하여, 메신저에 따라 메시지의 의미나 신뢰도도 바뀐다는 것이 그들의 핵심 논리 중 하나다. 급기야 “독자 기고문 >>>국민일보>>>조중동 >>>>>>> ///넘사벽/// >>>>>>>>>>>> 한경오석희”과 같은 신뢰도 순위가 매겨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혐오나 젠더 불평등이 자연화된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이론적 지식이 필요한 비판이 들릴 리 만무하다. ‘여성혐오’나 ‘구조’라는 단어만 나와도 이미 그 주장은 듣지 않거나 틀린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확실히 말해두지만 이것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믿음의 문제다. 너무나도 확고한 믿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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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나무위키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 항목의 언론 기사. 사태 이후의 모든 기사는 반메갈리아 진영에 유리하거나 덜 불편한 기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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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래도 포기하긴 이르다.


남초 커뮤니티의 저 모습을 반지성주의로, 여성혐오로 낙인 찍는 일은 쉽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식의 접근을 단호히 거부한다. 지금 설령 그렇다 해도, 그 자리에 머물 이유는 전혀 없다. “게임 유저나 웹툰 독자들은 김자연 성우, 박지은 작가 등을 ‘여성이라서’ 혹은 ‘페미니스트라서’ 규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메갈리아 그리고 곧 워마드의 행동 강령에 동의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던 한혜수의 주장으로 돌아가 보자.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아 4 티셔츠 구입을 단숨에 메갈리아를 넘어 워마드 지지로까지 연결시키는 저 과감한 주장은, 적어도 커뮤니티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참일 수 있다는 것을 긴 글을 통해 확인했다.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정말로 김자연 성우가 워마드의 행동 강령에 동의했을까? 박지은 작가가 동의했을까?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도 알고 있다. 그저 커뮤니티 내에서 익숙했던 낙인-배제-처벌의 단계를 커뮤니티 외부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했을 뿐이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는 집단적인 관성이 등을 떠밀었을 뿐이다. 오히려 한혜수의 저 주장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은 그렇게 믿는다고 서술함으로써,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사이트 이용 수칙을 ‘행동 강령’이라는 말로 교묘히 바꿔 놓음으로써, 마치 워마드 유저들이 워마드 바깥에서도 도덕을 버린 채로 남혐을 일삼으며 욕망에 투신한 채로 살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 - 커뮤니티 안과 밖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않으려는 시각이야말로, 그리고 대중의 인식을 최저선에서 파악하는 태도야말로 문제적이다.

다만,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이 메갈리아4-메갈리아-워마드에 거슬러 올라가면 여시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연속선을 긋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만큼은 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진실과는 꽤나 거리가 있을 판단이다. 정말로 여시-메갈리아4-메갈리아-워마드라는 주체들의 연속선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오로지 소수의 여성 유저들에 대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워마드 유료게시판 회원(특별회원)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3만에 육박하는 카페 회원 가운데 그들이 다수일 리는 없다. 아무리 많게 잡더라도 딱 특별회원 수만큼만이 여시의 탑씨에서부터 이어져온 ‘추악한 욕망’을 지닌 이들일 것이다. 그 외의 정회원과 준회원들은, 최소한 여시 탑씨와는 거의 무관한 유저들일 공산이 높다. 여시와 워마드를 잇는 연속선은 따라서 매우 얇아진다. 메갈리아와 워마드 사이의 연결선도 마찬가지다. 메갈리아가 개점휴업에 들어서게 된 계기를 나무위키도 성소수자 비하 금지 때문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메갈리아 분열 사태 항목) 그렇다면 성소수자 비하를 거부한 일부 유저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을 빼면 메갈리아-워마드의 연속선은 다시금 얇아진다. 워마드 분화 이전에 만들어졌던 ‘메갈리아 4’는 어떤가.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 4는 ‘메갈리아’와 기원을 공유할지언정 밈의 활용 면에서나, 미러링 등을 활용하지 않고 여성혐오(misogyny) 및 페미니즘 지식의 유통에 주력하는 면에서나 메갈리아 사이트와는 활동 방식이 애초에 달랐다. 그런 만큼 워마드와의 관련성은 더 희박하다. 메갈리아 4 티셔츠를 워마드 회원이 제작했다는 것도 단지 해당 회원 개인이 페미니즘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식의 프로젝트에 다른 커뮤니티 성원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반메갈리아 진영의 노실드 활동이나 카드뉴스 제작도 마찬가지 아닌가.

위와 같은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적 앎에 질문을 던져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분명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인다. 달은 내 손바닥보다 작아 보인다. 하지만 역사 속의 과학자들은 자그마한 단서에서 우리의 그러한 인식이 자연을 우리 인식에 끼워 맞춘 오인(misconception)이것을 깨달았고 결국 새로운 설명법을 찾아냈다. 물론 사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황우석 사태에서처럼 외부의 과학 및 내부고발이 판결을 내려주기도 어렵고, 타진요 사태에서처럼 법정이나 권위 있는 기관이 판결을 내려주기도 어렵다. 이럴 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신까지도 의심할 수 있는 인간 본연의 능력이다.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메갈리아’를 거쳐간 여성 각각의 주체성을 당신들의 앎에 고정시키지 않는 이해다. 메갈리아 시절의 미러링을 통해 ‘코르셋’을 벗고 여성 주체로 등장한 여성들은 워마드 카페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제각각의 주체적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활동이나 인스타그램 정화 운동과 같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하며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을 병행하면서 계속해서 변화하는 이들도 있다. 오메가패치처럼 다소 위험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페미니즘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방향의 공부와 경험을 통해 메갈리안들은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생각하는 고정된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넘어 성장하고 변화해 왔다. 어쩌면 워마드도 그 성장과 변화의 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욕망을 표출하고 욕을 질러보는 경험은 과정으로써 매우 값지다. (욕망도 욕도 늘 추한 것은 아니다) 그 주체들의 삶과 일상과 변화를 모르는 이들이 쉽게 나서서 ‘낙인’ 찍을 일이 아니다.

자신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리라 믿는다.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이 변할 수 있듯, 여시도 메갈리아도 워마드도 변할 수 있다. 그간의 여러 상황들을 거치며, 남초 커뮤니티 내부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대상화하는 일이 예전보다 확연히 줄었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메갈리아든 남초 커뮤니티든 그동안 몇몇 오류가 있었지만, 과정 속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 이름이 소중한 사람들이 반성할 문제다. 그 외에 사과할 일이 있다면 사과해야 하고, 법적 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져야 한다. 이것이 지금으로서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선이다. 나는 누구도 괴물로 남겨두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다.

※한남 4 : 한남 4는 한남과는 다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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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갈리아 연속 기고 및 반론 모음

1회:더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책임: 내가 종북이다, 내가 메갈이다
2회: “일베나 메갈이나”를 말하는 당신은 정말로 ‘순진한 일반인’인 걸까
3회: ‘미러링’의 정당성과 한계, 그리고 메갈리아는 왜 범죄집단이 아닌가
4회: 메갈에는 없는 남성혐오
5회: 독자는 더 이상 사과문을 요구하지 않는다
6회: 여성혐오와 예스컷, 다수가 옳지 않을 때도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7회: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
[기타뉴스]메갈리아 기고에 관한 반론 모음과 오유 비판
[기타뉴스]‘자국이성혐오’가 어쨌다고?- 메갈리아 논쟁 이면의 논점: 혐오의 죄악화와 소비자행동의 문제


<한남4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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