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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아프간 주둔했던 미군, '꽃 향료 벤처' 만들어 현지 주민들과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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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 이후 15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 주둔 경험이 있는 미군 장교와 군무원 출신들이 향료 벤처 기업을 만들어 현지 농업 살리기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루미 스파이스(Rumi spice)'라는 이름의 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세계 최고급 향료로 음식물 등에 들어가는 '사프란'이다. 아프간 북서부 헤라트 지역에서 농부들이 생산하는 사프란을 사들여 가공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킴벌리 정은 기술장교로 복무할 당시 아프간에서 지뢰 탐지·제거 작전을 하면서 돌아다니다 메마른 땅에서 자라는 자수정 빛의 꽃 사프란에 매료됐다. 사프란 향료가 1㎏당 최고 3만달러에 팔린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사프란이 주민 빈곤 문제 해결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전역 이후 아프간으로 돌아와 지난해 함께 전장을 누빈 동료 3명과 사프란 제조·판매회사인 '루미 스파이스'를 창업했다.

조선일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 장교 출신인 킴벌리 정(왼쪽) ‘루미 스파이스’ 공동 창업자가 현지에서 재배한 최고급 향료 사프란을 든 아프간 농부들과 함께 웃고 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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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양귀비 말고는 별다른 농작물도 산업 기반도 없는 아프간에서 미국인이 사업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둔군 근무를 하면서 현지 마을 족장 등과 교류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첫해인 작년 농부 34명과 재배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에서 생산한 사프란은 뉴욕의 다니엘, 캘리포니아의 프렌치 론드리 등 유명 레스토랑에서 사용되고 있다. 올해는 50만달러(약 5억5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루미 스파이스'는 사프란꽃 재배는 현지 농가에, 사프란 수확 일 등은 현지 여성에게 맡겨 이들에게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여성 75명은 그렇게 일을 해 작년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봤다고 한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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