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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잘나가던 에어비앤비 '삐끗'… 베를린선 금지당하고 파리선 고발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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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홍콩 직장인 레이(여·28)씨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열흘 내내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했다.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으로 집을 가진 사람과 이 집을 싼값에 빌리려는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이다. 레이씨는 지난번 방문 땐 1박에 50만원씩 하는 시내 호텔에 머물렀지만, 이번엔 에펠탑이 보이는 아파트를 하루 11만원에 빌렸다. 그는 "파리지앵이 실제로 사는 집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반면 파리에서 정식으로 아파트 렌트 사업을 하는 마르테르(55)씨는 고객이 줄어 답답한 상황이다. 호텔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을 관리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은 많이 드는데, 손님들은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관리도 잘 안 하는 에어비앤비와 정식 숙박 업체가 경쟁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새 선풍적 인기를 끈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업체들이 정식 숙박 업체들의 반발, 세금 문제 등으로 유럽에서 잇따라 철퇴를 맞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지난 5월 정식 임대업자로 등록해야 집 임대가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에어비앤비 형태의 사업을 금지한 법이 발효됐다. 프랑스에선 숙박 업체 종사자들의 모임인 '아톱(Ahtop)'이 숙박 공유 업체들을 불법 임대업 및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조만간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독일과 프랑스의 규제가 스페인·네덜란드 등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미국 청년 3명이 창업한 에어비앤비는 '노는 방을 관광객에게 빌려준다'는 개념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관광객은 관광지 집에 저렴하게 머물면서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집을 빌려주는 사람은 남는 방으로 부수입을 쏠쏠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숙박 업체 운영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아톱 측은 "무등록 개인 사업자들이 관광객들을 뺏어가면서 올 1~5월 파리 관광객 수는 2% 늘어났지만 호텔 등 숙박 업체 이용객 수는 20%나 줄었다"고 주장했다.

독일 베를린에선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거지 곳곳에서 숙박 공유업이 성행하면서 주택 임대 계약을 맺으려는 시민들이 '월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최근 숙박 공유 금지법에 대한 소송에서 "에어비앤비 등으로 인해 도시 주택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만큼 당국의 규제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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