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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청정 바이칼 호수, 여름마다 쓰레기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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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관광객 50여만명 몰려 특산 청어 구워 먹으며 술잔치

캠핑장 넘치면 숲 속에서 노숙… 오물처리 제대로 안돼 물 오염

지난 1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주(州) 리스트비안카 마을. 세계 최대 담수호(淡水湖)인 바이칼 호수 변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음악 소리가 요란했다. 노점상들은 "가랴치이 오물(뜨끈한 북극 청어)!"을 외치며 바이칼호에서 잡히는 생선을 구이로 팔았다.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수영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샤슬릭(러시아 전통 고기 꼬치 요리) 등을 곁들여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호숫가 한편에는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수북이 쌓인 게 눈에 들어왔다.

'시베리아의 진주'라 불리며 지구 상에서 가장 물이 깨끗하다는 평을 듣는 바이칼 호수가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이칼호는 여름철에 한 해 관광객의 90% 이상이 몰린다. 7~8월 평균 기온이 19~20도로 쾌적하기 때문이다. 매년 7~8월 성수기에만 50만명이 찾는다. 2000년대 중반 30만명 수준이었던 관광객이 10여년 사이 60% 이상 늘어났다.

조선일보

러시아의 대표적 여름 휴양지 바이칼호(湖) 주변이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이브바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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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바이칼 호수 유명 관광지 주변은 쓰레기 무단 투기에 시달리고 있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에서 나오는 오·폐수도 문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지부 호소대 측은 "리스트비안카 마을의 오·폐수 처리 시설은 거의 포화 상태"라면서 "이곳의 리조트촌에서만 작은 개천 등 98개 통로를 통해 폐수가 바이칼호로 무단 방류되고 있다"고 했다.

바이칼호에 있는 섬 중 가장 큰 올혼섬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혼섬은 통나무집, 캠핑장 등 숙소와 차량 투어 코스 등이 잘 갖춰져 바이칼호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이날 육지와 올혼섬을 잇는 바지선 선착장은 차량 10여 대와 수십 명의 관광객으로 북적댔다. 이르쿠츠크에 거주하며 여름철 올혼섬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자우르씨는 "관광객이 많을 때는 통나무집이나 캠핑장 예약이 꽉 차 불법으로 숲 속에서 노숙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바이칼 호수 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정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세이브 바이칼' 관계자는 "관광객 수가 정점을 찍는 여름철에는 캠핑장 인근에서 커다란 봉투 수십 개 분량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며 "쓰레기 무단 투기, 오수 방출 등에 대한 법적 제재가 부족해 해가 갈수록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업용 선박도 호수 환경을 위협한다. 비영리 환경 단체인 '바이칼의 물결' 측은 "바이칼호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바지선, 보트, 요트 등도 많아졌다"며 "매년 이런 선박들이 배출하는 2500t의 오염물질 중 900t은 적절한 폐기 절차 없이 호수로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바이칼호 보호 비용으로 1890만달러(약 21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예산(800만달러)의 2.3배에 달한다.





[이르쿠츠크(러시아)=김효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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