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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구조조정에 시름 깊은 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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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선·해운 대규모 충당금 부담에

농협중앙회와 명칭사용료까지 골치



엔에이치(NH)농협은행이 조선·해운업에 대한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내홍 조짐이 일고 있다. 농협은행은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빼면 은행권에서 조선·해운업 여신이 가장 많은데, 부실화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게 될 경우 해마다 농협중앙회에 줘야 할 수천억원에 이르는 명칭 사용료(브랜드 사용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탓이다.

20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이 조선·해운 기업에 제공한 여신 규모는 7조6천억원가량으로 이 중 1조6천억원은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 등 현재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 등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여신이다. 대우조선해양에도 1조4천억원이 물려 있다. 그나마 대우조선 여신에 대한 건전성 등급은 ‘정상’으로 분류돼 당장 충당금을 쌓을 필요는 없으나, 앞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곳이 산적해 있다. 케이비(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미 대우조선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한단계 내리고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 농협은행도 충당금 쌓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처지로 몰린 셈이다. 게다가 농협은행은 고정이하 여신에 대해 쌓아야 할 충당금도 81.55%만 적립해 놓은 상태로 산업은행을 빼고는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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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은 1분기에만 3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나서면서 당기 순이익도 크게 줄었다. 실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잠재부실을 한 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럴 만한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이에 농협은행은 한해 2천억~4천억원가량을 내야 하는 농협중앙회 명칭 사용료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돈을 부실을 털어내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명칭 사용료는 지난 2011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농협중앙회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일정액을 사용료로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용료가 농업인 지원을 위한 용도라서 농협중앙회 이사회나 지역 농협 등에서도 조정에 동의를 해주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수출입은행 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동조선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았고 금융계열사 일부 조직을 은행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개편안도 거론되면서 내우외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경섭 행장은 최근 사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과정을 떠나 대규모 부실에 대해 현직 은행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손실 최소화에 매진하고 있으니 각자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 달라”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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