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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조선 해운 부실 ‘글로벌 불황’은 핑게...구조조정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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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전반 위축 가능성...한은 정책 효과 기대↓

이코노믹리뷰

출처:뉴시스


지난해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첫 금리인상이라는 점에서 이전부터 글로벌시장의 가장 큰 이슈였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을 넘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시기적 문제일 뿐, ‘금리정상화’라는 명분하에 단행될 추가적 금리인상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에 쏠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로(0)금리에 힘을 얻어 세계로 각지로 뻗어나간 달러화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지 여부였다.

이 같은 관심은 미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금의 ‘빅 로테이션’이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더욱 확대됐다. 아울러 이러한 관심이 더욱 쏠린 곳은 다름 아닌 일명 ‘좀비기업’이라 불리는 한계기업들이다.

자본시장은 돈이 시중에 풀리고 다시 회수되는 순환과정을 겪으면 변화를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에 비교적 취약한 기업들의 부실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내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은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내기업들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채비율(부채/자본)을 낮추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해왔기 때문에 금리상승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언급할 정도로 다급한 모습이다.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러한 모습이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로부터 기인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전혀 배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일본 장기불황 원인은 저조한 ROE

그렇다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적한 기업들의 재정건전성 문제를 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 하락은 아시아외환위기 이후의 그것과 다르다. 금융위기 이후 부채비율 하락은 부채감축이 아닌 자본증가에 의해 주도됐으며 이후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계기업들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바로 ‘자본의 증가’다. 자본이 증가할 경우 부채비율이 개선돼 재정건전성은 나아진다. 하지만 자본이 증가하는 만큼 수익도 증가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그래야만 기업의 투자생산성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상승하거나 혹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저조해지면서 늘어난 자본대비 수익률, 즉 ROE가 낮아진 것이다.

이전부터 한국이 과거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것이란 주장이 존재했다. 하지만 일본의 문제는 복합적인 것으로 이를 어떤 한 가지 사실로 설명하긴 어려우며 이를 한국 경제에 적용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일본의 장기불황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으로 일본 기업들의 ROE가 저조했다는 점을 꼽는다.

ROE가 중요한 이유는 명백하다. ROE는 순이익을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말 그대로 기업이 자기자본대비 얼마를 벌어들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기업에 투자 시 가장 먼저 살피는 부분이 ROE가 시중금리대비 높은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수년간 시중금리만도 못한 ROE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어떤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저수익’을 위해 해당 기업에 투자할까. 그만큼 ROE 수준이 낮은 기업이라면 투자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동력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기업도 해당된다. 따라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낮은 ROE를 기록하고 있다면 일반투자자는 물론 기업들도 투자를 꺼리게 되며 이는 투자시장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시장의 위축은 ‘자발적 구조조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국내 부실기업 구조조정...‘글로벌 불황’은 핑계일 뿐

국내 부실산업의 대표주자로 꼽힌 조선과 해운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ROE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설령 대규모 적자발생으로 자본을 ‘대규모’로 깎아먹고 적은 수익에도 ROE가 높아진다 한들 이를 달갑게 여기는 투자자는 없다. 이 경우 ‘부채비율’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ㆍ해운업의 부실 원인으로 가장 부각되는 부분은 ‘글로벌 경기불황’이다.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부실화된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전 세계경기가 계속 좋아질 것이란 전망에 근거해 비싼 가격으로 용선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글로벌 경기불황’을 전면에 내세워 부실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포장하려면 해당 업종의 모든 기업들이 같은 상황을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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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요소 생산성 vs. 좀비기업 증가율 : 역 상관관계 [출처: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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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려해운이나 KSS해운은 호황이 예상되던 당시 섣불리 나서지 않았으며 최근 배 값이 싸지자 선박수를 늘려 수익을 내고 있다. 상장사인 KSS해운과 한진해운ㆍ현대상선의 주가만 비교해 봐도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부실기업들의 문제는 ‘글로벌 불황’이 아니라 명백히 해당 기업 경영진들의 책임이다. 또 이들을 지원한 국책은행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건설, 전자, 물류, 금융, 엔지니어링 산업에 걸쳐 기업 내 재무 및 기획실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 주력산업에 대해 위기라고 인식하는 정도는 82.7%로 나타났으며 주력산업 위기의 배경으로는 (중국발)과잉공급에 따른 가격약세, 글로벌 수요둔화, 신흥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산업환경이 변하고 이에 대응한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외 환경을 탓하는 답변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확충 시기로 돌아가보자. 자본이 유입된 시점에서 ROE를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어난 자본만큼 수익성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그 ‘수익’을 찾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상선 및 해양플랜트 부문의 사업여건 저하, 공정 차질 등으로 인해 수익구조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어 향후에도 각 프로젝트별 수익성, 공정 진행 과정 및 추가적인 비용 발생 가능성 등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특히, 저유가 기조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의 공정 차질 정도와 손실규모, 인도 지연 및 취소 가능성 등이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쉽게 말해, 향후 국내 산업 전반의 ROE를 개선시킬 수 있는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 발권력, 국내 산업구조조정 효과 의문

국내 주력산업의 위기 원인은 우선 해당 기업 경영진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확히 지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또 구조조정은 불가피해도 이후 어떤 수익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한국은행의 발권력부터 언급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번 발언이 한은에 암묵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ROE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지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증시는 국내 주력산업의 부실은 물론 구조조정이후 개선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말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설령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고 금리를 인하해도 그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신성장동력을 명확히 하지 못한 한국의 모습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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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이일드 채권 지수 : 에너지/소재/산업재 [출처: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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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이일드 채권 지수 : 헬스케어/유틸리티/통신/미디어 [출처: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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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기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종료로 혼돈스러웠던 2015년 초까지 통신/미디어, 유틸리티, 헬스케어 업종의 하이일드 채권은 안정적/방어적 성격 탓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2015년 하반기부터는 하락세 가팔라지고 있다. ‘묻지마 형태’의 ‘일드 헌팅’(yeild hunting)이 종결되고 있다는 의미로 그만큼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급한지 모른다.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의 재정건전성을 강조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기관과 협의 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자본 확충 펀드도 한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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