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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나는 지하자금 관리인”…국정원 사칭해 수억 뜯은 50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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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국가정보원 출신이라고 소개한 김모씨(50)는 ㄱ씨(39)에게 “국가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일급비밀을 털어놨다. 이후 김씨는 ‘지하자금’이라며 비닐로 꽁꽁 싼 수표 뭉치가 담긴 사진을 ㄱ씨에게 보여줬다.

또 유력한 재계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조만간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ㄱ씨로부터 정부의 지하자금을 세탁하는 데 필요하다며 수억원을 받은 김씨는 1년 가까이 잠적했다가 수배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직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정부 지하자금 세탁 명목으로 지인에게서 3억2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김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4월 김씨는 ㄱ씨에게 “비자금 세탁비용을 돈을 빌려주면 세탁 절차가 끝나는 대로 바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소규모 사업을 하던 ㄱ씨는 돈을 곧 돌려준다는 김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돈을 손에 쥔 김씨는 ㄱ씨에게 자금 세탁을 위해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미국과 호주 등 외국 관계자들과 함께 당분간 합숙을 해야 한다고 핑계를 댔다. 이후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닿지 않자 ㄱ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작년 11월 지명수배한 끝에 이달 중순 경기 고양시에 은신 중이던 김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수차례 사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김씨는 무직인데다가 다른 이들에게도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등 다종다양한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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