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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수원대 학생들은 왜 이리 조용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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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친절한 기자들’에서 인사드립니다. 토요판팀에서 당분간 사학비리 취재를 맡게 될 오승훈입니다. <한겨레> 토요판은 2회에 걸쳐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40여건의 비리 의혹과 정관계·언론계를 막론한 그의 화려한 인맥을 보도(2월13일치 1·3·4면, 27일치 1·3·4면)했습니다. 기사를 쓰고 난 뒤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이라 할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3년여 동안 이 총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 숱한 보도가 있었는데 정작 학생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학내에서 외롭게 이 문제를 제기해온 수원대 사학과 4학년 빈재욱(27)씨는 “충격적이었다. 특히 이 총장이 국정원 간부로부터 검찰총장을 소개받았다는 대목을 보고 ‘이렇게 권력과 얽혀 있구나’ 하고 놀랐다”고 말하더군요. 학내 분위기를 묻자 빈씨는 “학생들은 여전히 조용하다. 학생회조차 나서지 않는데 말 다 한 거 아니냐”며 “학교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학생회로서는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수원대 윤기훈 총학생회장(전기공학과 4)은 “지원금 부분은 전적인 오해다. 현 총학생회는 총학생회비로 운영된다. 학교로부터 별도로 지원을 받는 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의 보도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윤씨는 “학내 비리 의혹에 눈을 감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총학생회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윤씨가 말한 신뢰도 회복이란 2014년도 총학생회장인 김아무개씨가 학교에서 지급받은 8000여만원의 학생회비를 개인 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지난해 4월 일부 학생들이 김씨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고발한 것을 말합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혐의가 없다며 김씨 사건을 각하처리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게 되었던 것이죠.

사실 사학비리를 근절하는 데에는 학교를 상대로 한 학생들의 직접적인 행동과 감시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교수들은 생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수원대에도 행동은 있었습니다. 교협이 발족하고 교수들이 해직을 당한 2014년 봄부터 몇몇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고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학교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그해 2학기부터 이듬해까지는 몇몇 학생들을 중심으로 총장 반대 서명을 진행해 3000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았지만 수원대에는 아직 그 여론을 조직해낼 학생사회의 구심점이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는 학교 쪽의 일관된 협박과 회유도 한 원인이라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지난해 수원대를 자퇴한 ㄴ아무개씨는 “2014년 4월께 해직교수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학교에 플래카드를 거는데 교직원들이 와서 카메라로 얼굴을 찍더라. 그러고는 ‘네가 누군지 안다’는 식으로 협박하더니 나중에 플래카드를 떼어갔다”고 전합니다.

학교의 방해는 온라인상에서도 이뤄졌습니다.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수원대는 “△2013년 6월9일부터 2013년 12월13일까지 학생 및 교원이 작성한 홈페이지 게시물 36건을 무단 삭제하고 △수원대학교 졸업자, 휴학자, 퇴직자가 학교를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학교 누리집 ‘의견나눔터’ 접근을 금지”한 점이 적발돼 경고조치를 받았습니다. 실제 3일 둘러본 수원대 누리집 의견나눔터에는 학교 쪽에서 올린 각종 공지사항이 대부분이었고 학생들의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수원대학교 프리미디어(www.facebook.com/uswfreemedia)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학교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겨레

오승훈 토요판에디터석 기자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재학생은 “학교 누리집 게시판에 글을 써도 삭제되고 학교에 대자보를 붙여도 순식간에 없어진다. 학생들이 의견을 모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더욱이 많은 학생들이 하루빨리 취업이나 편입을 해 학교를 떠날 생각만 하는 등 학교에 애정이 없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오승훈 토요판에디터석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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