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47년만의 필리버스터…야당 “지금은 민주주의 비상사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논란

김광진 의원이 첫 포문

“괴물 국정원 만들려는 의도 뭔가”

국민의당 문병호·정의당 박원석

뒤이어 토론자로 나서

의장·부의장 교대로 자리 지켜

새누리 의원들은 회의장 떠나

의총 열고 대응방안 논의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안 직권상정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권은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안 직권상정에 47년 만의 필리버스터로 응수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이 차례로 나서 직권상정의 부당함을 비판하고 테러방지법안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 포문을 연 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날 저녁 7시5분부터 평소보다 느릿느릿한 말투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선배·동료 의원님들, 오늘 저는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고 입을 뗐다. 순간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본회의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차분한 말투로 정의화 의장에 대한 비판을 본격화했다. 그는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정 의장의 취지에 빗대 “지금은 민주주의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는 경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지금이 통상적 방법으로 공공 안녕과 입법활동이 불가능한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느냐”고 짚었다. 또 김 의원은 “무소불위 국가정보원에 국가비상사태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무차별적 권한을 추가 부여해 괴물 국정원을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이겠냐”고 물었다. 발언대에 오르기 전 국정원법, 통신비밀보호법, 국가대테러활동 지침 등을 챙겨간 김 의원은 발언 중간중간에 이를 읽었다. 3시간이 넘어가면서 김 의원이 간혹 마른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더민주 동료 의원들은 “힘내세요!” “잘하고 계셔!”를 외치며 김 의원을 격려했다.

한겨레

김무성 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중앙홀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 처리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민주 소속 시절부터 테러방지법 논의를 주도했던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도 무제한 토론자로 나서 필리버스터에 동참했다. 테러방지법에 맞서, 분열한 야권이 모처럼 단일 대오를 형성하며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은수미, 유승희 의원 등 더민주 의원들은 페이스북에 필리버스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의견과 자료를 공유해달라”고 누리꾼들의 실시간 참여를 촉구했다. 야당은 무제한 토론에 임한 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24일 자정부터 상임위원회별로 조를 짜 본회의장을 지켰고, 정의화 의장과 정갑윤·이석현 부의장은 90분씩 교대로 의장석에 앉았다. 토론을 신청한 한 의원은 장시간 발언에 대비해 성인용 기저귀를 준비하기도 했다.

반면 본회의장을 이탈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저녁 7시30분께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철우 의원 등 여당 일부 의원들은 애초 ‘찬성’ 취지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가 의총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이후 취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8시40분께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테러방지법 처리 반대하는 야당 규탄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정의화 의장은 대테러조사 및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 권한을 국정원에 두지 않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생기는 대테러센터로 이관하는 등의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재안을 거부했다.

야당 역시 중재안에 반발했다. 오후 1시30분부터 의원총회를 연 더민주는 필리버스터 등 대응책을 모색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 등이 몇 차례 정의화 국회의장실을 오가며 추가 협상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저녁 7시께 더민주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본회의장에 속속 입장했다.

송경화 이경미 기자 freehwa@hani.co.kr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 [인기화보] [인기만화] [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