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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MBC 김연국 기자 정직 무효판결로 본 보복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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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하 ‘R등급’ 무기로 ‘미운털’ 솎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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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백종문 녹취’ 파문과 관련해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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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에서 세 차례 최하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문화방송>(MBC)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특히 김연국 기자가 겪은 인사평가와 그에 대한 소송 결과는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부당해고’ ‘업무 배제’ 등을 시사한 이른바 ‘백종문 녹취’의 내용이 어떻게 실제로 구현돼왔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풀이된다.

정권비판 보도·파업 등 이유로 ‘R’
3년간 세차례 누적땐 인사위 회부
김 기자 1년 4차례 비상식적 전보
정직 무효로 부적법 인사로 판명

법원, 기자·PD 9명 전보도 “무효”
“당사자들의 불이익 있었다” 판결
증거없는 징계 ‘백종문 녹취’ 현실로
노조 “보복인사 인정”…사쪽 항소 뜻


지난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김연국 문화방송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취소 소송에서 “회사가 김 기자에게 2014년 4월24일 내린 정직 1개월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문화방송은 구성원들에 대해 1년 동안 두 차례 업적평가와 한 차례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평가 등급은 상대평가 방식인 에스(S), 티(T), 오(O), 절대평가 방식인 아르(R)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최하 등급인 R 등급이 3년 동안 세 차례 누적되면 사규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김 기자는 2012년 상반기와 2013년 상·하반기 업적평가에서 R 등급을 받아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소송을 제기해 세 차례 인사평가가 모두 부적법했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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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R-파업 참가가 최하 등급 이유? 김 기자는 2012년 노조의 ‘공정방송’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첫번째 R 등급을 받았다. 김재철 사장 때 ‘불공정 보도’ 논란이 불거진 뒤 문화방송 노조는 김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170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2012년 7월 파업이 끝난 뒤 경영진은 “파업 참가로 인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김 기자를 비롯해 파업에 참가한 구성원 전원에게 R 등급을 부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며,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당시 R 등급 부여가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012년 파업이 적법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의 판결을 통해 확인됐지만, 문화방송 사쪽은 아직 ‘불법파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두번째 R-‘국정원 댓글’ 보도 불방 파업이 끝난 뒤 대기발령, 교육발령, 경인지사 영업직 발령 등을 받은 김 기자는 2013년 4월에야 <시사매거진2580>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을 취재하고 발제한 뒤 “이 아이템은 절대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의 부장과 갈등을 겪었다. 국장까지 나선 중재 과정에서 김 기자는 이미 작성한 기사의 대부분을 삭제하는 조처까지 받아들였지만, 방송은 끝내 나가지 않았다. 당시 노보 등은 “부장이 ‘경찰의 증거 은폐 부분을 빼지 않으면 방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원래 세 꼭지를 내보내는 <시사매거진2580>이 분량을 대폭 줄여 두 꼭지만 내보내는 파행이 벌어졌다. 이를 빌미로 김 기자는 ‘업무 배제’를 통보받고 인사평가에서 또다시 R 등급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기자가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지시를 거부하였다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프로그램 불방에 항의해 구성원들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이를 업무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고 판단할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세번째 R-1년 동안 4차례 전보발령 2013년 8월22일, 김 기자는 스포츠국으로 전보됐다. 정치부·사회부 등에서 일한 고참 기자를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스포츠국으로 전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스포츠국에서도 유도, 우슈, 바둑 등 기사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종목만 배정받았다. 김 기자는 스포츠국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해 12월 또다시 보도엔피에스(NPS) 준비센터로 발령을 받았다.(표 참조) 이런 상황인데도 김 기자는 “업무 처리가 소극적” 등의 이유로 세번째 R 등급을 받았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하여 정당하게 업무능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인사권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등에 경영진이 어떻게 악용해왔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R 등급은 원래 절대평가 방식인데, 실질적으로 회사가 부서별로 ‘강제 할당’을 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해 마치 상대평가처럼 활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문화방송 사쪽은 “판결문 내용 외엔 특별히 밝힐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문화방송 사쪽이 유명 법무법인에 ‘장기 저성과자 해고’ 등 누적된 R 등급을 빌미로 직원을 해고하는 방법 등에 대해 자문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18일 김환균 등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전보발령 무효 확인 소송에서 2014년 10월께 회사가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면서 “업무상 필요”를 내세워 기자·피디들을 경인지사와 신사업개발센터 등으로 전보한 조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광고국·편성국으로 전보된 일부 구성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며 불이익도 크지 않다”며 기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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