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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정원 직원 ‘좌익효수’, 표현의 자유 주장… “헌재 판단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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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적 견해 밝힌 것…국정원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하겠다”

‘좌익효수’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시사방송을 진행하는 이아무개씨와 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올리고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등을 비방한 혐의(모욕, 국가정보원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직원 유아무개(41)씨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서 관련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확인받겠다는 뜻을 22일 밝혔다. 유씨는 이날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 참석했지만,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방청객이 없는 상황에서 비공개로 신원 확인이 이뤄졌고 재판 중에는 피고인 자리 전부가 가림막으로 가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유씨의 변호인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유씨의 글은) 정치적 견해를 밝힌 것이고 특정인의 선거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관련법이) 헌법상 평등원칙이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씨는 2011년 4.27 재보궐선거 때 인터넷에 “손학규는 배신자라는 컨셉이 강하고 좌익으로 변절한 매국노라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분당 을’ 지역구 재선거에 출마했다. 또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군복무 18개월 월급 2배 인상’ 공약을 내놓자 “문재인이 드디어 정신줄을 놓아버렸구나. 이정희 동무와 손잡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등의 글도 올렸다.

검찰이 유씨에 적용한 관련법은 국정원법 9조와 18조 등이다. 국정원법 9조는 “원장 ·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18조는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유씨 쪽은 유씨의 글이 정치 개입이 아니라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국정원법 9조와 18조 등에 위헌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씨의 변호인은 인터넷에서 ‘망치부인’이라는 별명으로 시사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씨와 이씨의 딸을 유씨가 ‘빨갱이’라고 부르고 성적으로 모욕적인 단어를 써가며 비방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소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이와 관련해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유씨는 2011∼2012년 사이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호남 지역과 이 지역 출신 인사, 야당 등을 비하하는 글을 3000여건 남긴 바 있다. 검찰은 이중 이씨를 모욕하고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게시글들을 확인해 유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유씨는 국정원 2차장 산하인 대공수사국 소속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 대규모 선거 및 정치 개입글을 작성한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씨가 개인적으로 썼다고 보기엔 많은 3000여개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 인터넷에 올렸고 대공수사국 역시 국정원 상부의 지시를 받고 인터넷 공작을 진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만큼 이번 재판에서 국정원의 추가적인 정치개입 의혹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판사는 유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 들일지 여부를 내년 2월2일 열릴 재판에서 결정 하기로 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재에서 해당 법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재판은 중지된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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