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기술자”란 임 과장이 책임자? “국내 실험 31건” 대상은 누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정원 ‘해킹 셀프 조사’ 풀리지 않는 의문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에 대한 국정원의 ‘셀프 해명’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불법 사찰은 없었다”고 했지만, 이를 입증할 근거 자료는 사실상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정원이 내놓은 해명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아 의혹을 키우는 양상이다.

▲ ‘국가안보’ 관련 중요한 일

임 과장에 일임 납득 안 돼


▲ 다른 부서로 발령난 임 과장

권한도 없는데 어떻게 삭제?


▲ 민간인 사찰 없었다면서

삭제·자살, 여전히 ‘미궁’


(1) 기술자에서 책임자가 된 임 과장

국정원은 27일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RCS·원격조종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일은 자살한 임모 과장이 주도했고, 모든 책임을 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과장이 사망함으로써 상당 부분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주도적 인물이 사망했으니 구체적인 내용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사무관 한 명에게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일을 모두 맡겼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는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이 지난 19일 “(임 과장은) 자기가 어떤 대상을 선정하고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대상을 선정해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e메일을 심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기술자였다”고 밝힌 것과도 어긋난다.

(2) 권한도 없는 임 과장이 삭제(?)

삭제 권한이 없는 임 과장이 해킹파일을 삭제한 대목도 의혹을 낳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삭제 권한은 국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4월 전출해 삭제 권한이 없는 임 과장이 국장 승인도 없이 파일을 삭제한 것이다. 국정원 ‘윗선’이 개입해 삭제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국정원은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자료 접근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보기관의 내부 보안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삭제는 마음대로 누구나 직원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죽으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인생의 진실을 얘기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3) 실험용 대상 31개는 누구이고 왜

국정원은 또 임 과장이 삭제한 해킹자료를 100% 복원한 결과, 대북·대테러용 10건, 국내 실험용 31건, 실패한 10건 등 모두 51건이라고 밝혔다. 국내 실험용이 31건이라는 대목은 국정원이 지난 14일 “RCS를 국내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국내 실험용 31개는 누구를, 어떤 목적으로 왜 해킹하려 했는지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 자료 삭제와 자살 이유도 의문

무엇보다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점은 임 과장이 100% 복구가능한 파일을 삭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임 과장이 RCS에 있는 삭제(delete)키를 이용해 삭제한 해킹자료는 100% 복구됐다. 자료는 모두 대북·대테러용이거나 실험용이다.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 임 과장이 파일을 삭제할 이유도, 자살할 이유도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은 27일 “감출 필요가 없는 파일을 100% 복구가능한 채로 삭제하고 자살했다는 주장을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임 과장이) 자살할 필요가 없는데 왜 자살을 했느냐? 오히려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이런 생각이 지금 국정원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김진우·조미덥 기자 jwkim@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