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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해킹’ 맡은 공안부, 국정원과 동업자 관계… 수사 제대로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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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사건을 선거 담당 부서가 맡아… ‘도청’ 부실수사 전력

정보통신망법·통비법 등 ‘구멍’에 적용할 혐의도 모호해

검찰이 27일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했다. 2013년 댓글 사건, 지난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등 박근혜 정부 들어 세번째 검찰이 국정원 수사에 나선 것이다. 수사는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고도의 정보기술(IT) 역량이 요구되는 사건에 공안부가 투입됐다. IT 전문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하는 셈이다.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사례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여기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모호한 상황이다.

■ IT가 핵심인데 공안부 투입

검찰은 “사안의 성격과 과거 수사 사례를 종합 검토해 배당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주로 선거·정치분야 사건을 다루는 부서다. 검찰 수뇌부가 국정원 해킹 의혹을 ‘정치적 사건’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검찰은 2002년과 2005년 국정원의 도청 의혹 고발 사건을 공안2부가 맡았다는 점도 내세웠다. 검찰은 공안1부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주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를 지휘하는 공안1부의 특성상 수사 주체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2부는 과거 국정원 도청 의혹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스마트폰 해킹 등에 대한 고도의 기술적 이해가 뒷받침돼야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다. 검찰이 국회 움직임 등을 관망하다 IT 전담 수사팀인 첨단범죄수사부 등의 인력을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원과의 협력관계도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법조인은 “국정원과 검찰, 특히 공안부는 ‘동업자’란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려는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 현행법으론 국정원 민간 해킹도 합법?

검찰은 국정원 관련 의혹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으나 국정원의 해킹 권한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듯한 법조항 탓에 설사 민간인을 해킹한 정황이 나와도 처벌이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킹은 정보통신망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통신망에 대한 침입이나 악성 프로그램 등의 유포 등 ‘침해행위’(해킹 등)가 금지 대상이다. 그러나 이 법 제5조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엔 그 법을 따른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국정원 측은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을 허용한 국정원법 제3조 등이 자신들의 직무를 ‘특별히 규정’하고 있어 정보통신망법상 해킹 금지조항에 우선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런 해석대로라면 국정원이 민간인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전방위 사찰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가능하다. 국정원에 이런 권한을 주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와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명시된 ‘수사기관 등의 통신제한(감청 등)에 대한 절차’ 역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과 정부·여당은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들여온 프로그램(RCS)이나 이를 활용한 해킹이 감청 설비나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한 통신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근거도 없다.

<홍재원·김경학·유희곤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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