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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20년 보안전문가가 'delete' 키로 자료삭제?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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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野 "디가우저 사용시 100% 복구 불가능" 주장에 與 "자료복구 용이"]

머니투데이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동부경찰서에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씨(45)가 작성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임씨가 국정원 직원 등에게 남긴 유서에는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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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해킹팀'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료 삭제시 키보드 자판의 딜리트(Delete) 키만 사용해 100% 복구가 가능하다는 여권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디가우저(자기장을 활용해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장치)로 지운 게 아니라 삭제버튼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디가우징 기법으로 삭제했을 거란 추측 자체가 국정원발이 아니고 야당에서 과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 디가우저로 지웠으니 이번에도 그랬을 거라며 의혹 차원에서 제기한 것인데 마치 사실처럼 여겨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씨가 딜리트 키를 눌렀는지, 디가우저를 사용한 것인지 모두 다 기록에 남는다"며 "딜리트 키를 누르면 휴지통을 거쳐 가기 때문에 남는 흔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년 경력의 IT 보안 전문가가 사망 직전 자료를 삭제하면서 쉽게 복구될 것을 뻔히 알고도 단순히 '딜리트 키'만 눌렀다는 주장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다른 정보위 여당 관계자는 "딜리트 키로 지웠다는 것은 실언인 것 같다"며 "디가우징이 아닌 일반 삭제로 추정되는데 그걸 딜리트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임씨의 파일 삭제 방식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 '삭제된 파일'에 이번 사건 진상규명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유서에서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에 대한 지나친 욕심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썼지만 국정원에서 20년간 사이버안보분야 전문가로 일해온 요원이 죽음 직전 실수로 파일을 삭제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아 삭제된 파일 내용에 이목이 쏠렸다.

윗선의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 시도를 한 것이란 주장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삭제된 자료를 이번주 안에 100% 복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야권에서는 디가우저를 활용해 저장매체에 물리적 변화를 가했다면 100% 복원은 불가능하며, 그렇기에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맞섰다.

특히 이철우 정보위 여당 간사는 "임씨가 완전히 복원 못 하도록 삭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보위 현장방문 때 노출되지 않게 사본만 삭제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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