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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의혹 발생 때마다 국정원 직원들 ‘극단적 선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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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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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간첩 증거 조작’ ‘안기부 X파일’ 등

조사 받던 도중 여러차례 자살 시도



과거에도 국가정보원의 불법행위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정원 직원이나 관련자들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도의적 책임’을 지려는 경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꼬리 자르기’가 되며 진상 규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3월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권세영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이 3차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승용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A4 용지에 적은 유서에 “검찰이 목숨 걸고 일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국내에서 죄인처럼 살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국정원이 국내 사찰 의혹이 불거진 해킹 프로그램 사용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직후인 18일, 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씨가 유서를 쓰고 차량 안에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비슷하다.

권씨는 수술과 치료를 받고 생명을 건졌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서 ‘자살 시도로 인한 단기기억상실증으로 구체적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증거 조작에 국정원 수뇌부가 연루됐는지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권씨의 자살 시도가 있기 17일 전에는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국정원 협력자인 중국동포 김원하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김씨는 객실 벽에 혈서로 ‘국정원’, ‘국조원’(국가조작원)이라고 쓰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불법 도·감청 사건이었던 ‘안기부 엑스(X)파일’ 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2005년 11월에는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상관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을 한 안기부 ‘미림팀’을 이끈 공운영씨도 수사 도중 흉기로 자해를 시도했다.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를 이끌었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안기부의 대선개입 사건인 ‘북풍공작’에 대해 수사를 받던 1998년 검찰청에서 흉기로 자해를 시도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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