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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車壁이 평화 추모 방해" "불법 시위 막기위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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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대책위·경찰 '18일 광화문 충돌' 놓고 책임공방]

대책위 "차벽으로 통행 제한… 집회의 자유 막는 違憲"

警 "이달 열린 추모제 대부분 불법 또는 폭력 집회로 변질"

연행한 100명 중 5명에 영장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의 원인을 놓고 시위를 주도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과 경찰이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경찰이 이 시위를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과격 시위자 5명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경 방침을 천명하자,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도 "경찰이 먼저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막는 과잉 진압을 했다"며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찰은 18일 연행한 시위 참가자 100명 가운데 94명을 집회·시위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이 중 5명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집시법 위반 등의 전력이 있어 영장 신청 대상이 된 5명 중에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때 재판정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기소된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도 포함됐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 등 세월호 유가족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선일보

이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유족 일부와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 광화문광장 주변을 경찰버스 등으로 차벽(車壁)을 치고 에워싸 추모객들의 자유로운 광장 진입을 막고, 이에 항의하는 행사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애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를 가진 뒤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평화적 추모제를 이어가려 했는데, 경찰이 이를 원천 차단해 물리적 충돌을 빚게 됐다는 주장이다.

어느 측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 판단하려면 당시 시위 진행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대회가 끝난 오후 4시 30분쯤 시위대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1차 충돌했다.

경찰은 청계천변과 세종로 사거리 등 광화문 광장 남쪽을 경찰버스로 세운 차벽으로 겹겹이 에워쌌다. 이에 광장 진입이 막힌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격하게 항의하다 청계천변을 따라 흩어져 지하도와 골목길 등을 통해 광장 남단 이순신 동상 근처까지 진입했다. 이들은 이어 광장 북측 세종대왕상과 그 너머 광화문 누각 앞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광장 북측에 설치된 차벽 근처에서 경찰과 2차 충돌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때부터 경찰버스를 부수며 폭력을 행사했고, 경찰은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이런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은 경찰이 차벽을 쳐 자신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막았기 때문이며, 오히려 경찰이 폭력 사태를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반대로 "평화적 시위는 명분일 뿐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등이 애초 집회 신고 사항에 없던 '광화문광장으로의 차로 점거 행진'을 시도하며 폭력 시위를 일으켰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특히 청와대나 미국 대사관 등 주한 외교 공관이 있는 광화문광장 일대가 집시법상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는 공간이란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가 "청와대로 가자"며 광화문광장, 나아가 광화문 누각 쪽으로 진입을 시도한 자체가 폭력 사태를 일으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보고 있다.

이번 폭력 시위를 둘러싸고 시위 참가자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경찰이 설치한 '차벽'이다. 이들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는 차벽은 위헌(違憲)"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대가 질서를 지키며 분향을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간다고 약속하면 2개 차로로 안내할 예정이었다"면서 "하지만 시위대가 경찰의 통제선을 무시하고 도로로 뛰어나오고 청와대 행진 등을 주장하며 광화문광장 진입을 시도하는 바람에 시위대와의 직접적 접촉을 피하기 위해 차벽을 설치한 것"이라 했다.

한 경찰 간부는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위대와 충돌을 피하고 불법 시위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벽을 만들었다"며 "또 차벽 등으로 막지 않고 놔둔다면 결국 일부 흥분한 시위대가 청와대 담벼락을 넘을 수도 있고, 그 경우 더 큰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4월 들어 추모 문화제와 집회를 총 4회 실시했는데 17일 집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불법 집회나 폭력 집회로 변질했다"고 했다. 4월 들어 국민대책회의가 시위를 주도하면서 몇 차례 불법·폭력 양상을 보여 차벽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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