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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무섭게 늘어나는 가계빚…안심전환대출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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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파이낸스

올해 1분기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조원 넘게 늘고 있는 가운데 안심전환대출 효과 없다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외환·기업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16조4539억원에서 이달 말 323조4876억원으로 올해 1분기에만 7조745억원 늘었다.

정부가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을 꾀하고 나섰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총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대출의 질을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분기에 무섭게 늘어나는 가계빚

7대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1분기에만 7조원 넘게 급증했다. 1분기에 증가폭이 이번처럼 큰 것은 사상 처음이다.

통상 1분기는 겨울철 이사 비수기인데다, 연말 상여금과 소득공제 환급액 등으로 대출을 갚는 사람이 많아 주택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주택대출 증가액은 1조9846억원으로 2조원을 넘지 않았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조2000억원 늘어 시중은행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신한은행(1조9000억원), 외환은행(1조5000억원), 하나은행(1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은 전세 매물 품귀와 이로 인한 전셋값 상승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대거 주택 매수로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다음 달 1일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작용해 주택 매수 심리를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489건에 달해 지난달의 9478건을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3월 거래량으로 가장 많았던 2006년의 1만1854건과 비슷했다. 31일까지 집계되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임대 수요가 매매로 돌아선데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주택 매수 심리에 불을 붙였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주택대출의 급증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35조5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로 늘었지만, 올해 1분기의 주택대출 급증세가 2분기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지난해 기록을 깨고 올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총량 자체가 너무 커져 관리가능한 수준을 벗어나게 된다.

◆ 안심전환대출은 중산층 부채 개선에 도움

안심전환대출은 정부가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변동금리 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지난주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지 나흘 만에 20조원의 한도를 소진하자 금융당국은 추가로 2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보다 연 0.9%포인트나 낮은 금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대출자들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8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가운데 40조원이라는 금액은 전체 가계부채의 4%도 안돼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다. 당국은 대출 한도를 점차 늘리겠다고 했으나, 상품 구조가 은행의 손해를 밑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안심전환대출이 이자뿐 아니라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계층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의 부채 개선에 한정된다.

이 때문에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이 저소득층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또한 금융당국이 1차 때는 선착순, 2차 때는 집값이 낮은 순서대로 안심전환대출 기회를 부여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나왔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분석실장은 "안심전환대출은 중산층 이상에 혜택이 맞춰져 있는 정책"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미시적인 대책을 넘어 가계부채 총량 규제 등 거시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작 필요한 저소득층·2금융권 부채 개선은 어려워

안심전환대출 혜택에 대한 저소득층 배제와 형평성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을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당국은 금리, 담보 여력, 대출구조 등이 복잡하고 통일된 전환 상품을 협의해 만들기 어렵다며 2금융권으로의 안심전환대출 확대 시행이 불가하다고 공언했다.

이렇듯 안심전환대출은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산층 이상의 가계에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로 설계돼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이번 안심전환대출 시행 목적은 가장 위험도가 낮은 그룹을 상대로 빚의 구조를 바꾼 건데, 리스크가 큰 그룹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 문제"라며 "2금융권, 다중채무자, 저신용자, 고령자, 자영업자 등 그룹별로 당국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고 밝혔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는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단기적으로 가계부채의 총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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