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뜨거운 감자' 안심전환대출…창구도 후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0세까지 갚겠다는 할머니…신용대출→안심전환대출 전환 문의도

'안심전환대출' 사기 등장 '주의'…27일 오후 현재 공급액 16조 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연 2% 대 중반의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이 전 금융권을 달구고 있는 만큼, 취재 과정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었다. 최대한 만기기간을 늘려 '100세까지 대출을 갚겠다(?)'는 할머니, 그리고 출시 이틀만에 은행원을 사칭한 금융사기 시도 사례가 그 예다.

◆ 69세 할머니 "내 아들이 갚을 거야"

세계파이낸스

지난 24일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 날 서울 소재 시중은행의 한 영업점을 찾은 69세 여성은 자신의 주택담보대출을 30년 동안 나눠갚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안심전환대출은 10년에서 30년까지 만기를 대출자가 결정할 수 있는데 이 여성은 가장 긴 만기기간을 설정하겠다며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은행 직원은 이 여성의 "지금 고객님의 연세를 감안하면 분할상환기간이 다소 길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 결정하시겠냐"고 설명했다. 실제 이 여성이 안심전환대출을 받아 최종 상환을 마치면 99세다. 이 할머니는 "걱정마, 나 죽으면 내 아들이 갚을 거야"라고 답변했다고. 어째 좀 찜찜하다.

◆"싼 이자 갈아타자" 은행 영업점 '북새통'…非대상자도 방문

이자부담을 연 2% 중후반으로 크게 낮추는 상품이라 주택가 인근 은행 영업점을 중심으로 붐비는 곳이 많았다. 출시 첫 날인 24일에는 은행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영업점도 꽤 있었다. 주택가 근처에 소재한 한 은행 영업점은 개점 전 30여 명의 대기자가 영업시작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은행 영업시작 후에도 대기표를 손에 쥐고 한 두시간 대기하는 것은 예사였다. 상품 특성상 액수가 큰 경우가 많고 그만큼 계획적인 상환이 요구되는 만큼, 상담과 대출신청에 걸리는 시간도 길었다.

홍보가 부족한 탓일까. 사전에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은 대출자가 많았을까. 안심전환대출 대상자가 아닌데도 은행을 들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 씨(여·56)는 안심전환대출을 문의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전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을 방문했다. 1시간이 넘게 기다린 끝에 간신히 상담 직원과 마주할 수 있었지만 "대출 대상이 아니다"는 단 한 마디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5%대 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박씨는 애당초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씨는 미리 안심전환대출 자격을 꼼꼼히 알아 보지 않았다. 물론 은행 직원이 미리간단한 질문 몇 개만 던졌더라도 박씨의 시간 낭비는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다. 안심전환대출 취급 실적 상위권인 한 은행 관계자는 "정작 대상이 아닌 2금융권 대출자의 문의도 꽤 많았다"고 설명했다. 신협 관계자는 "왜 은행 거래자만 (안심전환대출이) 되느냐는 식의 항의전화를 30통 넘게 받은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은행원들도 이런 '사태'가 불만이다.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 희생당하고 있다는 게 주 이유다. '가계부채 정상화'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은행권에서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일부 공감하지만, 해당 상품 취급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불만이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은행이 외부에 감정을 맡겨야 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감정평가비용은 고스란히 은행 부담이라 더욱 못마땅하다. 한 지방은행 지점장은 "아파트담보대출이 아닌 단독주택의 경우 은행이 감정평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은행으로서는 이중부담"이라면서 "정부의 전형적인 생색내기 정책"이라 꼬집었다.

◆ '안심전환대출' 사기 등장 '주의'

세계파이낸스

안심전환대출이 전 국민적 관심을 끌자 이를 빙자한 대출사기 시도도 접수됐다. 금융감독원은 '안심전환대출을 예약해 주겠다'며 대출사기를 시도한 사례를 24일 접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기범은 전화로 은행을 사칭, 대출심사에 필요한 신분증사본, 3개월간 통장사용 내역서, 의료보험납부확인서 등의 빼내려고 시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인이 금융사 창구를 방문해야 한다"며 "금융사나 대출관련 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정보나 통장 및 카드를 요구하지 않고, 금전을 보내라는 요구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출시 4일째인 이날 오전 2시 현재 안심전환대출의 누적 승인액은 16조3803억원(15만3551건)이다. 정부는 이날까지 신청된 안심전환대출에 대해서는 올해 한도인 20조원을 소진하더라도 모두 신청받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9일 향후 안심전환대책 처리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