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안심전환대출 인기 속 형평성 논란 '여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틀새 9조 넘어 흥행몰이 성공

"자격 안됩니다" 비은행권 대출자 소외 속 고정금리 대출자 '부글'

정부, 비은행으로 확대 '신중'

기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 중반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이틀만에 9조원이 넘는 대출실적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상환여력이 있는 중산층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거세다.

정작 담보여력과 신용등급이 낮아 금리인상 등 위기시 가계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2금융 및 상호금융 대출자들이 이번 혜택에서 완전히 제외된 때문이다. 게다가 고정금리로 전환하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 이미 고정금리로 갈아탄 이들도 불만이 크다. 향후 상환부담을 줄이고자 원금과 이자를 성실하게 갚아온 이들도 뒤통수를 맞았다.

◆'이틀새 9조' 초반 인기몰이 대성공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대책의 일환으로 16개 은행과 산업은행에서 지난 24일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이틀만에 9조163억원을 기록했다. 3~4월 중 5조원을 판매하기로 했지만 이미 이튿날 오전 당초 대출 물량을 훌쩍 넘어섰다.

연 2.6%대라는 매력적인 대출금리가 충분히 먹혔다는 분석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평균 3.5%보다 약 1% 포인트 가량 낮으니 매월 일정액의 상환 능력만 된다면 이자 상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령 약 2억원을 빌린 대출자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월 20만원 가량의 이자부담을 덜게 된다. 정부는 위기시 변동금리 및 이자 우선 상환대출을 고정금리 및 원리금상환 형태로 바꿔 위기 발생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이번 상품을 출시했다. 금융위는 올해 공급 한도인 20조원이 모두 전환하면,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 비중이 5~6%포인트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파이낸스

자료=금융위, 삼성증권 재가공.


◆"우리가 더 힘든데…" 非은행권 대출자 '부글'

다만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있는 대출자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거세다.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대출이거나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에 한한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금 5억원 이하인 차주만 가능하다. 가계부채의 뇌관은 오히려 상환여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인데, 이들에 대한 혜택은 없다.

때문에 안심전환대출 자격 대상에서 제외된 상호금융, 저축은행, 보험 등 비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불만이 크다. 이들은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높은 금리를 내면서 비은행권을 찾은 이들이다.

실제 영업점에서 불만을 호소하는 대출자들도 있다. 신협의 한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보지 못한 종전 거래자들의 불만이 많다. 하루에 30통이 넘는 항의 전화를 받고, 10명이 넘는 민원성 고객을 맞은 조합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조합에서는) 거래 기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상환여력이 있다고 판단된 조합원에게 내부 분석을 통해 0.1%포인트의 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선 안심전환대출이 신청 다음달부터 원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이들에게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상대적으로 비은행권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 등은 원금분할상환 여지가 적다는 내부 분석 결과를 든다.

하지만 비은행권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의 상환 부담이 안심전환대출 대상자보다 크다. 소득여건이 나빠지거나 향후 금리 인상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대출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작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상환 여력이 부족한 1분위와 2분위의 금융부채 비중은 각각 4.3%, 11.4%다.

◆고정금리 상환자도 불만…정부 "추가 지원 검토"

정부말만 믿고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한 대출자들은 이번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돼 울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고정금리 대출자는 전체의 23.6%이다. 정부로서는 이들이 정책에 따라와 준 '고마운' 대출자들이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선물'은 없다.

일례로 연 4.6%의 고정금리 대출을 갚아 나가고 있는 A씨는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소재 기업은행을 방문,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지 문의했다. 2%포인트 가량 대출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A씨는 안심전환대출 대상조차 되지 않는 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2010년 말 전체 대출의 0.5%에 불과했던 고정금리 대출비중은 이듬해 3.1%, 2012년엔 14.2%로 늘다가 작년엔 23.6%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전환 독려에 따랐던 이들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이들의 불만은 더 커진다.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1.75%로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더 내려가게 됐다. 신규 대출자나 전환대출을 검토 중인 이들은 2%대 대출금리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하더라도 중도상환해약금(중도상환수수료)도 부담이다. 통상 3년 이내 다른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면 대출금의 1.0~1.5%가량을 일종의 패널티로 물어야 한다.

비거치식분할상환방식으로 최근 대출금을 모두 갚은 금융권 임원인 B씨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을 실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이번 대책을 두고 "허리를 졸라매가며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최근 빚을 다 갚았다.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배째라는 식으로 이자만 내고 있다가 집값 상승을 바라는 이들만 덕을 보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작년 말 기준 비거치식분할상환자는 전체의 26.5%다. 여기에 기존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이용자와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이용하는 이들도 안심전환대출 신청자격을 얻지 못한다.

한편, 출시 이틀만에 대출 실적이 9조원을 넘어서는 등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부는 올해 한도액인 20조원 소진 후 당장 재판매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점에 대해서도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