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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소신 밀쳐놓은 천정배의 낙향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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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현장에서

천정배(60)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지역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른 길을 찾아 걸었던 그의 정치적 행보와 처신 때문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법관 임용 대신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던 그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바보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자 4선을 했던 경기 안산을 떠나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도전해 실패했지만 곧 재기하리라고 믿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개혁과 소신의 아이콘’으로 꼽혔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4월 광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왜 광주에?”라고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천 전 장관은 “호남에서 정치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혹시 광주시장 선거에 나오려는 것 아니야?”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에겐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호남의 개혁정치 복원과 후배 정치인 발굴’ 등을 강조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자신의 발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 상임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그런 천 전 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후배들 중에서 한국을 이끌어 갈 만한 지도자감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던 그가 ‘후배’ 정치인들과 나란히 앉아 공천 심사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적어도 천 전 장관에겐 지금 그의 출마를 반대하고 나선 광주지역의 일부 국회의원들과는 다른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천 전 장관이 ‘호남정치의 르네상스’, ‘정권 교체를 위한 첫걸음’ 운운하며 정치적 속내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는 대목도 아쉬웠다.

천 전 장관의 낙향 출마를 보면서 두 명의 정치인이 떠올랐다. 먼저 2007년 대선에서 대패한 정동영 전 의원이다. 2009년 4·29 재보선 때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정 전 의원은 3선엔 성공했지만 ‘골목대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대선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또 한 사람은 김부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주의라는 암덩어리를 한번 걷어내고 싶었다”며 대구에서 야당 후보로 두차례나 출마했다. 2년 전 총선에선 대구 수성갑 후보로 40.42%를 득표했고, 대구시장 선거에선 40.33%를 얻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중앙 출마 대신 ‘공천=당선’인 광주에서 5선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천 전 장관의 선택을 광주 시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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