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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현직 시의원, 재력가 살해 교사 혐의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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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질 뻔했던 ‘강서구 60대 재력가 피살 사건’은 현직 시의원의 살인 교사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수천억원대 재력가 송모(67)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팽모(44·무직)씨를 살인 혐의로, 송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김형식(44) 서울시 시의원을 살인교사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시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으나, 경찰에 체포된 후 탈당해 무소속 상태다.

팽씨는 김 의원의 살인 교사를 받고, 지난 3월 3일 오전 0시40분쯤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명의의 건물 3층 관리사무소에서 송씨를 둔기로 10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송씨가 빚 독촉을 하자 친구인 팽씨에게 부탁해 송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0~2011년 사이 선거자금 명목 등으로 송씨로부터 5억2000만원을 빌렸고, 이를 갚으라는 송씨의 압박에 시달리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행을 결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2012년 말 경기도 부천의 한 식당에서 팽씨를 만나 송씨 살해를 지시했다.

팽씨는 김 의원에게서 사업자금으로 7000만원을 빌렸지만 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빚을 갚지 못하게 됐고, 김 의원으로부터 총 1000여만원에 이르는 용돈까지 종종 받아왔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팽씨는 김 의원이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살해를 지시했다고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약 1년 간 송씨를 살해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김 의원은 숨진 송씨의 출·퇴근 시간과 이동 동선,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후 팽씨에게 자세히 알렸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통화기록 조회를 피하기 위해 김 의원과 팽씨는 연락할 때 공중전화와 대포폰을 사용했다.

김 의원은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1월엔 전기충격기 등 범행 도구를 구입하라며 팽씨에게 80여만원을 건넸고, 팽씨는 범행 전 50여 차례 사건 현장을 답사해 CCTV 위치를 확인하는 등 도주 예행연습도 했다. 답사하는 팽씨의 모습은 고스란히 CCTV에 담겼다. 3월 3일 송씨를 살해한 직후 팽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택시를 5번이나 갈아타며 도주했고,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 미리 준비해 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택시비는 모두 현금으로 결제했으며, 범행에 쓰인 둔기는 인천 청량산에서 불태우거나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다. 팽씨는 범행 사흘 후인 3월 6일 중국으로 도피했다. 김 의원은 송씨 살해 직후 팽씨 명의의 계좌에 두 차례에 걸쳐 250만원을 송금했으며, 팽씨 도주 당일에도 도피자금 300만원을 건네고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등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송씨 살해범으로 팽씨를 지목한 경찰은 3월 18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령을 내렸고, 팽씨는 지난달 22일 중국 심양에서 공안에 붙잡혔다. 팽씨는 한 달 후인 지난 24일 국내로 압송됐으며, 경찰은 팽씨 압송 당일 김 의원을 강서구 자택에서 체포했다.

완벽할 것 같았던 이들의 범행 전모는 김 의원이 팽씨에게 “경찰에 잡히면 자살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팽씨는 중국에서 검거된 후 현지 구치소 수감 당시 두 차례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나, ‘자살하라’는 김 의원의 말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이 송씨가 '빚을 갚지 않으면 6·4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끔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토로했다"면서 "빚 7000만원을 면해주고 중국으로 도피해도 국내에 남아있을 부인과 자녀는 책임지고 보살펴 주겠다는 김 의원의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팽씨가 평소 자랑스럽게 여기던 김 의원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범행했다가 '검거 시 자살하라'는 말에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현재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송씨에게 돈을 빌린 5억여원의 차용증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경찰이 김 의원의 날인(손도장)이 찍힌 차용증서를 제시하자 "친하게 지냈던 송씨의 요청에 술 먹고 찍어준 것일 뿐 채무는 전혀 없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인데다 금전거래·통화목록 흔적 등으로 보아 살해 교사범으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경찰 체포 직후 부인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신고서를 제출, 현재는 무소속 상태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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