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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진보교육감시대 개막’ 사설 비교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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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6월 24일에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세월호 참사가 몰고 온 ‘진보 교육감 시대’

6·4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이다.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은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에서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6명이었으나 이번에 거의 갑절로 늘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경북·울산만 빼고 거의 전 지역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언뜻 보면,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단합하고 보수 후보들은 분열한 데 원인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단지 ‘보수 난립-진보 단합’이라는 구도 때문이라고 하기엔 설명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내용을 뜯어보면, 세월호 참사 충격이 진보 교육감 시대를 몰고 왔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4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로 하여금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후보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자치단체장·의원 선거에서 여전히 나타난 지역·이념 성향의 투표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런 해석에 힘을 더해준다고 할 수 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가정사 문제로 불거진 교육감의 자질에 대한 관심 고조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지난 4년간 교육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등의 성과도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교육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압도적 지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보수 궤멸로 나타난 교육감 선거

친전교조·진보 교육감의 압승이었다. 보수는 서로를 물어뜯으며 분열했고, 진보는 단일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단결한 결과였다. 친전교조 교육감이 권한을 행사하는 지역은 현재 5곳에서 곱절로 늘어나게 됐으며, 전체 초·중·고교의 과반수가 몰려 있는 서울·경기 등에서 모두 진보 교육감이 승리했다. 지방에서도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여러 명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특히 서울에서 보수 후보 사이의 분열은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은 진보 서울교육감 출현을 도왔다. 고승덕 후보의 친딸 폭로 이후 벌어진 고 후보와 문 후보의 진흙탕 싸움은 보수가 신봉하는 가족의 가치를 허물어뜨렸으며, 유권자들은 이런 보수에 등을 돌렸다.

유권자의 선택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다만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과반의 진보 교육감 탄생은 초유의 상황이다. 혹시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교육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이 사안마다 충돌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갔던 악몽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도 시·도교육감이 비토를 놓아 교육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이제 시·도교육감 17명으로 구성된 교육감협의회의 주도권도 진보교육 진영이 쥐게 됐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시·도에서 차단될 수 있다. 불과 6년 만에 교육감이 8차례나 바뀐 수도 교육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임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늘리면 후임은 예산을 깎아버리고, 전임이 만든 자율형사립고는 신임 교육감이 폐지하겠다고 나서니 어느 누가 불안하지 않겠는가.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교육부와 새로 당선된 진보진영 교육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를 실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가로막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2006년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로 돌아가거나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 시급히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앵그리맘이 움직인 결과”…중앙 “보수후보 분열 때문”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거리를 두고 우리 사회 전체를 바라볼 때 ‘교육’의 문제와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을 가진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의 문제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6·4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이끌어갈 ‘교육감’ 선거 결과를 살펴보자.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결과 16개 시·도의 진보 성향 교육감은 6명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17개 시·도(세종시 포함) 중 대구, 경북, 울산, 대전을 제외하고 13명이 당선되었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이며, 향후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세월호 침몰 사태가 수습도 되지 않은 상태라는 사회적 변수와 보수와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문제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한겨레는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 충격이 진보 교육감 시대를 몰고 왔다’고 분석한다. 세월호 참사가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4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 ‘보수는 서로를 물어뜯으며 분열했고, 진보는 단일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단결한 결과’라고 말한다. 특히 고승덕 후보의 친딸 폭로 이후 벌어진 고 후보와 문용린 후보의 진흙탕 싸움은 보수가 신봉하는 가족의 가치를 허물었고 유권자들은 이런 보수에 등을 돌렸다고 분석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똑같은 결과에 대해 원인을 다르게 분석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보는 시각의 차이이기도 하다. 한겨레의 유권자들이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후보를 선택’했다는 주장과 중앙의 ‘친전교조·진보 교육감의 압승’,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여러 명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는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각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지향이 다르다 보니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크게 엇갈리게 평가하는 현실이 만들어졌다.

이념과 무관하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고민할 수는 없을까?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지난 4년간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교육 현장에서 쌓아올린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등의 성과가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는 한겨레의 평가와 ‘교육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이 사안마다 충돌’하거나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도 시·도 교육감이 비토를 놓는’ 상황을 우려하는 중앙의 목소리는 서로 엇갈린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한겨레와 과거 중앙 정부와 충돌했던 점을 지적하는 중앙은 6·4 교육감 선거 결과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

한겨레와 중앙은 선거 이후에 대한 전망과 주문도 다르다. 한겨레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교육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압도적 지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며 희망적인 당부를 아끼지 않는다. 반면 중앙은 성향이 다른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달라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교육부와 진보진영 교육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은 2006년에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나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중앙은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고 현행 선거 방식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한겨레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에 대해 시간을 두고 차분히 논의해 볼 문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교육은 정치와 무관하게 우리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이념 성향과 정책 방향에 따라 교육의 목표와 방법도 달라진다. 서로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그것이 종속적인 관계로 전락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뒤에는 교육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대한민국 전체의 교육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교육 정책이든 우리 사회의 미래가 고민의 출발점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교육감 직선제


교육감은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에 관한 사무를 총괄 처리하는 직위를 말한다. 시장과 도지사는 구청장이나 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권한을 나누지만 교육감의 권한은 분산되지 않으며 막대한 교육 관련 예산을 집행하고 정책을 시행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교육감의 정책에 대해 간섭할 권한이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교육에 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을 교육위원들과 학부모 대표들의 간선제로 선출했었다. 그러나 교육자치제도를 도입하여 2007년 2월14일 부산광역시에서 최초의 주민직선 교육감이 탄생했다.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할 교육감이 정치권력에 휩쓸리는 것을 우려하여 선거 때마다 직선제 폐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91년 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다.교육감 간선제의 적폐를 걷어내기 위해 직선제가 시행되었고 전국적으로 두 번의 교육감 선거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교육감 후보의 교육 정책에 대한 치열한 공방보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투표 성향이 나타나는 등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방식에 대한 비판론이 선거에 패배한 보수 진영에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방식 개편에 대해서는 차분히 좀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추천 도서]

학교와 계급재생산
폴 윌리스 지음, 김찬호 옮김
이매진 펴냄, 2004년


2014년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 항목이 OECD 회원국 중 6년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무한경쟁, 성적만능, 대학서열화 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학교는 사회적 계급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폴 윌리스의 통찰은 현재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이 책은 학교의 역할과 기능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고전이다.

핀란드 교실 혁명
후쿠다 세이지 지음, 박재원 옮김
비아북 펴냄, 2009년


신뢰, 돌봄, 통합, 자율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낸 핀란드의 교육을 들여다보자.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우리나라와 1, 2위를 다투지만 교육의 목적과 방법은 전혀 다르다. 이 책에는 핀란드 교육의 비밀이 숨어있다. 우리도 핀란드처럼 즐겁고 행복한 교육 현실을 만들 수 있다. 그 지혜는 모두 함께 같은 미래를 꿈꿀 때 가능하다.

조희연·이재정·이청연 교육감 '교육 변화의 열망'을 나누다 [한겨레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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