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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10대들의 지방선거 투표…어른들과 많이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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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서울·경기·대구 1111명 참여

인기·지역주의 대신 ‘공약’ 투표

실제 당선자와 일치한 곳 서울뿐

정몽준·남경필 득표율의 1/4 수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가상 투표권’을 행사한 청소년들의 투표 결과가 나왔다. 세월호 사고로 또래 친구들의 희생을 겪은 10대들의 선택은 어른들과 같으면서도 또 달랐다.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는 서울·경기·대구 지역에서 실시한 지방선거 모의투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투표는 지난 17~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1111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청소년의 표심이 실제 지방선거 투표 결과와 일치한 곳은 서울이 유일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선 고승덕 후보의 경우, 고 후보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청소년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투표가 종료됐는데도 조희연 후보가 3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실제 득표율(39.1%)과 거의 일치한다. 서울 용산공고에 다니는 윤성식(16)군은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난 뒤 체벌이 줄어든 것을 많이 느꼈다. 인권조례 관련 공약을 한 조 후보를 뽑았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청소년들로부터 80%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정몽준 후보의 득표율은 10.9%로, 실제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43.0%)에 훨씬 못 미쳤다.

청소년들은 대중적인 인기나 지역주의로부터 어른들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후보 선택의 제일 중요한 기준은 ‘공약’이었다. 경기도교육감은 실제 선거에서는 7.2%의 득표율로 후보 7명 가운데 꼴찌를 했던 정종희 후보가 26.6%의 득표율로 1위를 했다. 송유현(20) 경기도차세대위원회 위원장은 “청소년들이 제일 고민하는 진로·진학 교육에 대한 정종희 후보의 공약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와 접전을 벌였던 조전혁 후보는 정작 청소년 투표에서는 4.9%의 득표율로 꼴찌를 겨우 면했다.

시도지사 투표에서는 어른들보다 더 강한 ‘세월호 심판론’이 작용했다. 새누리당 후보는 3개 지역에서 모두 야당에 1위를 내주었다. 대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의 벽을 청소년들이 먼저 깨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인 유가현(18)양은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면서 저기에 내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를 너무 못했고, 이후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여당은 찍지 않았다”고 했다.

최훈민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는 “지역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도 청소년들은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투표를 했다. 합리적 기준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판단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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