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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대선 후보 1위’ 박원순 “일희일비한다면 정신나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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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삶의 질 중요…서울을 세계 최고 도시로 만드는 게 내 꿈”





“세월호 참사 분명히 선거에 영향

내가 내세운 복지 쟁점 더 부각

선거 때 가족공격 가장 마음 고생

안철수 대표 만나 민생 정책 논의도”


6·4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서울’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와 의욕이 넘쳐흘렀다. 14일 <한겨레>와 만난 서울시청 시장실도 시정 관련 자료와 책으로 가득했고, 책상에는 서울 도심의 개발 프로젝트 계획서 파일이 놓여 있었다.

-박 시장이 보여준 소통과 공감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열쇳말이 되고 있다. ‘박원순 현상’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그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저는 5%포인트 표차가 날 거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큰 표차(13%포인트)가 날 거라곤 생각 안 했다. 저는 1기 때부터 고도성장, 무한경쟁,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삶의 질, 복지, 창조, 성찰, 힐링 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해왔다. 정몽준 후보가 ‘박 시장은 (큰 토건 프로젝트) 한 게 없다’고 공격했다. 사실 나도 그런 공격이 일부 시민들에게 먹히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서울시민들은 이미 시대의 방향을 감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시민들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 1기 때 추진해온 정책을 훨씬 더 정교하고 좋은 정책으로 강력히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가 아니었다면 야당이 선거를 치르기 매우 힘들었을 거라는 얘기가 있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은 분명히 있었다. 외형적 성장과 속도 중심, 무한경쟁, 물질주의에 대한 반감을 강화시켰다. 내가 내세우는 삶의 질, 복지 같은 쟁점들을 더 잘 부각시켜줬다.”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세월호 책임론’, ‘무능한 정부 심판론’은 맞는 전략이었다고 보나?

“중앙정치를 감시·견제·비판하는 야당 입장에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서울시장 후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내가 해왔던 정책을 잘 알리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걸 약속하는 게 중요했다.”

-선거 때 정 후보는 박 시장에 대해 여러가지 네거티브를 쏟아냈다. 뭐가 가장 참기 힘들었나?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건 가족들을 공격했을 때다. 만약 서울시 공적 보조금을 받았다든지 로비를 받았다든지 하면 당연히 검증 대상이겠지만 내조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를 놓고 왜 공격하느냐. 아내가 나와서 연설하는 것이 공적 활동 잘하는 것이고, 뒤에서 소리 없이 하면 잘못된 것인가.”

-지방선거 이후 한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기분이 어떤가?

“나는 사람이 자기 본분을 잘 지킨다는 것, 중심을 잡는다는 것,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외면적인 현상에 흔들리기 쉽지 않으냐. 내가 서울시장인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 일희일비한다면 정신나간 놈 아니겠느냐. 서울을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드는 게 내 꿈이다.”

-지난해 관훈토론회에서 차기 대선 출마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선거 끝나고 임기도 시작 안 한 상황에서 말하기에 적절치 않다.”

-그럼 서울시장으로 3선 하고 싶다는 말인가?

“(3선 하겠다고 말하는 건) 자만하는 일이다. 누가 그런 걸 보장해주나.”

-서울시청의 가까운 공무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박 시장은 행정가 이전에 사회개혁가라고 하더라.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개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나는 실용주의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은데 왜 다른 생각을 하느냐는 거다. 서울을 반듯한 도시로 만들면 전국에도 그 파급효과가 빠르다. 서울에서 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하고, 심지어 중앙정부까지 따라온다.”

-지난 2년8개월 동안 시장으로서 아쉬운 점은 뭔가?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서 아쉬운 건 시간밖에 없었다. 시간만 주어지면, 4년이 더 주어진다면 서울이 기본과 원칙이 살아있는 도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재선 경력이 있는 임종석 전 의원을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했다. 좀더 당정관계가 긴밀해질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질문의 저의가 무엇인지는 간파했다.(웃음) 시의회, 당, 국회, 정부와의 정무적 기능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공무원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게 많아서 역량 있는 국회의원 출신을 정무부지사로 모신 거다. 우리나라에서 여의도 정치가 불신받는 이유는 시민들의 삶을 잘 못 챙겼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소소한 시민들의 삶을 챙길 수 있는 정교함, 감수성,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랑 13일 함께 비공개 오찬을 했다고 들었다. 무슨 얘기가 오갔나?

“선거 끝난 뒤 감사드리고 덕담 나누는 자리였다. 중앙당에서도 선거비용도 많이 도와줬고, 금태섭 대변인 등 안 대표 쪽 사람들이 많이 와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제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에게 지지하는 동영상 편지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안 대표께도 그런 말씀 드렸나?

“그렇다. 13일 만났을 때 서울을 포함해 새정치연합 광역·기초단체장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민생 정책으로 만들어 중앙정부에 요청하기만 해도 달라질 테니 민생과 관련한 일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서울시민들이 관심 있는 거 묻겠다.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이 있나?

“인상 요인은 있지만 지금 당장 인상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이유주현 이지은 음성원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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