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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6월 정례회의] 후보자도 정책도 모르는 ‘깜깜이 교육감 선거’ 개선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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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못잡는 無能 더 질책을… 왜 검찰이 체포한다고 나서나

‘아래로 내려간 선생님’ 감동. 선생님 제대로 조명해 고마워

현상적 속보만 따라가지 말고 '큰틀'서 보는 시각 제공했으면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지난 9일 정례 회의를 갖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 방희선(동국대 법과대 교수), 안창원(서울YMCA 회장), 황주리(화가), 박상원(서울예대 교수·탤런트), 유미화(반포고 교사),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태수(동양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이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예비 선거처럼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 당선된 몇몇 시·도지사와 서울시장도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지방선거는 현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같은 국가적 재난까지 겹쳐 중간 평가 성격이 불가피했다. 그렇더라도 이번 선거는 중앙 정치가 지방자치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했다. 지역의 경제, 복지, 교육, 환경 등의 이슈가 쟁점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이슈들은 다 사라지고 중앙 정치 대리전처럼 치러졌다.

-이렇게 된 데는 새누리당에 책임이 더 큰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처음부터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악재 때문에 열세라고 판단했다. 그러다가 종반전으로 가면서 안되겠다 싶었는지 박근혜 대통령 살리기로 나갔다.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지방 선거의 본질이 실종된 선거가 돼 버렸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 오른쪽부터 김태수·유미화·박상원·방희선 위원, 조순형 위원장, 황주리·안창원·이재진 위원, 이광회 편집국 부국장. /오종찬 기자


-모든 언론이 광역단체장 당선자 수만 비교해 "비겼다", "무승부다" 이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진 거 아닌가. 새누리당은 서울시와 세종시에서 완패했다. 서울은 중앙정부가 위치한 곳이고 세종시는 제2의 행정도시이다. 이곳에서 완패했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고이자 불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광역단체장 말고도 지표가 꽤 있다. 예를들면 광역의원 비례대표를 정당별로 투표한 결과다. 조선일보는 '광역비례투표, 새누리 47% 새정치 40%'(6월 9일)라며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보다 많이 득표했다는 것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비교하면 안되고 범야권에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을 포함시켜야 한다. 통진당 4%, 정의당 3.5%를 합치면 범야권이 13만표 더 득표했다. 광역단체장 전체 득표율에서도 범야권이 53만표를 더 얻었다.

-선거 때 젊은이들은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단체장으로 당선된 사람이 과거 교도소에 갔다 왔는지, 부패 전력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그냥 대단한 사람처럼 알고 있다. 언론이 이런 사실들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가급적 많은 사실을 드러내 유행이나 감성에 끌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도구나 척도를 제시해주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다.

-'與도 野도 아닌 전교조의 압승'(6월 5일자 A1면) 기사 제목은 선거 결과에 대한 압축적 평가로는 부적절했다. 진보 교육감이 많이 당선되고 전교조 출신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선거가 전교조를 내세운 선거는 아니지 않나.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철한 평가이다.

-교육감을 선거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미국도 임명제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임명제로 시작했는데 1987년 민주화가 되면서 이렇게 됐다. 진보 교육감이 많이 당선됐다고 해서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육감 선거 제도는 확실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면면을 정말 잘 모른다. 이번 선거는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하지만 4년 후의 교육감 선거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여론을 수렴해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지방 교육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협조하지 않으면 잘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감은 지방단체장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추천위원회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교육감 선거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언론이 재료를 주어야 한다. 국민들은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빅매치 게임이나 흥행 사건 보듯이 한다. 지금의 선거 방식에서는 인지도가 높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이면 한류스타가 나와도 교육감에 당선될 것 같다.

-이렇게 된 건 여야 정치권 모두에 책임이 있다. 전에는 후보 조건으로 교육 경력을 두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이 조건이 사라졌다. 이제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교육감 선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고 미루고 미루다가 꼭 선거 몇 개월 전에 법을 만든다. 교육감 선거는 조선일보가 십자가를 멘다는 자세로 지금부터 캠페인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박근혜' 빼면 없는 與… '세월호' 빼면 없는 野"(6월 4일자) 제목의 기사는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여당과, 새로운 정책 의제 개발 없이 세월호 참사 책임에만 의존하는 야당의 문제점을 잘 짚어주었다. 기사 내용도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중립적인 관점을 잘 견지했다. '가능성 보여준 사전투표 더 확대할 방안 찾아야'(6월 2일자) 제목의 사설도 선진국 사례를 들어가며 확대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일목요연하게 잘 제시했다.

-'최대'와 '최다'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베트남 反中시위로 중국인 최대 16명 사망說'(5월 16일자) 제목에서 '최대'라고 했는데 '최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형 人命피해 범죄에 징역 100년'(6월 4일자) 기사에서도 "유기징역 상한을 최대 100년까지 높이는 내용"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도 '최대'는 '최장'이라고 해야 한다.

-유병언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데 검찰의 무능을 강하게 질책해야 한다. 검찰은 유병언 검거를 처음부터 경찰에 맡겨야 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병 확보해 오면 조사해서 기소하기만 하면 된다. 왜 검찰이 체포하겠다고 나서는지 모르겠다. 범인을 잡아들이는 것은 경찰이 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검찰이 나서지 말고 경찰한테 맡겨라"라고 지시하면서 경찰청장한테는 "언제까지 못 잡으면 문책하겠다"고 하면 된다.

-"'얘들아 올라와' 아래로 내려간 선생님들"(5월 21일자)을 감동적으로 읽었다. 가슴이 아프지만 선생님을 제대로 조명한 것 같아 고마웠다. [대한민국 길을 묻다] '후쿠시마 原電 민간 조사委 주도… 후나바시 前 아사히신문 주필'(5월 21일자) 인터뷰도 인상적으로 읽었다. 재난이 많았던 일본의 예를 들어서 생생하고 참신했다.

-'생사 가르는 심폐소생술 배우자'(5월 23일자) 기사는 시기적으로도 적절했지만 사진과 그림을 보태 시각적으로도 좋았다. 갑작스러운 심정지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뇌 손상 없는 소생' 비율이 외국에 비해 절반 내지 10분의 1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사회적 캠페인이 정말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더욱 심층적으로 취재하면 좋겠다.

-"초등학생보다 못한 어른들 대피 훈련… '모건 스탠리의 기적' 배우자"(5월 23일자) 기사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도쿄지점 직원 1200명이 모두 생존한 모건 스탠리 사례를 잘 제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삼성, 12만명 참여 최대 대피훈련… 참여율 높았지만 매뉴얼 안 지켜'(5월 15일자) 기사는 대피 준비 자세가 부족한 현실을 알게 해줬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 안전사고 시 대피 요령 등 대국민 계몽과 홍보를 더욱 철저하게 해주면 좋겠다.

-6월 5일 사회면에 텅 비어있는 세종대로 사진과 여행객으로 붐비는 인천공항 사진 두 장을 싣고,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짧게 '어디갔나?', '여기있네'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재치있고 신선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면서 현상적인 사건·사고 위주로 흘러가는 언론의 속보성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상만 쫓아다니니까 돌아서면 하나도 남는 게 없다. 무의식적으로 "오늘은 어디를 수색했다" "유병언을 잡았다 못 잡았다" 이런 내용만 계속 보도한다. 이제는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현상적으로 따라가며 중계방송하듯이 하지 말고 큰 프레임이나 큰 줄거리를 많이 제시해야 한다. 큰 틀에서 사회적 가치를 판단할 시각을 제공하는 역할을 병용해야 한다.

-대형참사가 일어나면 정쟁으로 번지는 것은 물론 현 정부와 집권당이 사고친 거처럼 난리인데 사실 대형참사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앓고 있는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어느날 그것의 증상이 나타난 것이지 특정한 정부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참사는 1970년대부터 어느 정부 가릴 것 없이 거의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일어난 대형 참사를 쭉 정리해 보여주면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있는 고질병이라는 것을 국민들도 알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는 허술하고 엉망으로 살았다. 구체제이든 민주화정부이든 독재정권든 가릴 것 없이 우리 사회 전체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짚어서 우리 사회가 체질 변화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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