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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마음을 찾는 사람들] “이상하다”던 구글 동료들도 “내 삶에 무슨 일을 한 거야” 놀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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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명상붐 이끌어 낸 차드 멩 탄 前구글 엔지니어

조선일보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명상을 보급하고 있는 차드 멩 탄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전 보문고등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뇌를 깨우는 15초의 기적, 명상'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차드 멩 탄은 "학생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헸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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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 멩 탄(陳一鳴·53) 전 구글 엔지니어는 서구 사회에 명상을 대중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 출신인 그는 2000년 107번째 직원으로 구글에 합류해 구글 검색엔진 개발 과정에 참여했고 2007년엔 사내 명상 프로그램 ‘내면 검색(SIY·Search Inside Yourself)’을 개발해 보급했다.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의 20%를 관심 분야에 쓸 수 있도록 한 구글의 정책에 따라 명상을 하다가 7주, 20시간짜리 명상 프로그램을 만든 것. 첨단 테크 기업이 개발한 명상 프로그램은 이제 구글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적으로 최신 뇌과학 연구 성과를 반영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보급되고 있다. 2015년 구글에서 퇴직한 그는 현재 웹사이트(https://buddhism.net) 운영과 최근 저서 ‘불교를 알면 삶이 자유롭다(원제 Buddhism for all)’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구글 초기 멤버로 참여해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한 32세 이후 모든 급여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조계종이 주최한 ‘국제선명상대회’ 참석차 방한해 전주 서고사, 대전 보문고 등에서도 강연한 차드 멩 탄씨를 지난 1일 만나 공학도 출신으로 명상을 시작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은 10대 때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병원 진료도 받으셨나요?

“병원에 가지는 않고 그냥 견뎠습니다. 제 어린 시절인 1970년대에는 이런 문제로 병원을 찾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어요. 자살도 생각했지만 ‘겁쟁이’여서 실행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던 21살 때였습니다. 우연히 오순절 교회를 소개받아 갔습니다.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어요. 그리고 같은 주에 티베트 비구니 스님을 만났어요. 그 스님께 당돌하게 물었죠. ‘당신의 불교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요?’라고요. 그 스님의 답은 ‘모든 불교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어요. 그 스님은 ‘마음을 닦는 것(cultivating mind)이 전부’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명상을 시작했다고요?

“미얀마 스님이 하는 명상센터에 갔습니다. 미얀마 스님은 영어가 능숙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찾아가서 이야기했더니 ‘오케이, 1시간 동안 좌선하세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 설명 없이 앉아 있으려니 힘들었어요. 얼마 후 또 다른 분이 와서 ‘호흡에 집중하라’고 했어요. 긴장하니 숨 쉬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미얀마 명상 센터를 다니는 것은 포기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명상엔 뭔가 있는 것 같아서 ‘이건 계속해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어요.”

-언제쯤 우울증에서 벗어났나요?

“1년쯤 걸렸어요.”

-효과도 없는데 1년 동안 계속 명상 수련을 했다고요?

“저는 결심하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성격입니다. 어느 날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어떤 기운이 내 몸을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순간적으로 내 몸과 영혼은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됐죠.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어요. 그때 ‘아, 해결됐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얼마 후 기쁨은 사라졌어요. 그래도 명상을 했지요. 그랬더니 다시 기쁨이 찾아왔어요. 이후로도 그런 상태가 반복됐어요. 다만 (기쁨이 찾아오는) 간격이 짧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하루에 짧으면 30분, 길면 2시간씩 명상을 계속하고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기쁨을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쁨을 볼 수 있도록 제 마음을 고요히 한 것뿐이었어요.”(그는 ‘명상을 한다고 약물 치료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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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 멩 탄(가운데)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제선명상대회'에서 며 명상 전문가들과 함께 좌선하고 있다.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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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구글에 ‘107번째 사원’으로 입사하셨지요? 구글에선 어떤 일을 맡기로 하고 합류했나요?

“대학(싱가포르 난양대)에선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어요. 제가 입사할 당시 구글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은 어떤 고정된 자리를 정해놓고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뽑습니다. 입사한 후에도 매니저가 ‘당장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제시하면 각자 할 일을 선택했어요.”

-2007년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직원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구글은 원래 세계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꿈인 회사였습니다. 이 목표를 위해 명상을 직원들에게 보급하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세계 평화를 위해 명상을 하자’고 하면 동기부여가 잘 안 되니 ‘더 성공하고, 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명상을 하자’고 얘기하면 관심을 보이게 되지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평화(peace), 기쁨(joy), 자비(compassion)였죠.”

-선생님은 스스로 명상붐에 일조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명상붐에 기여했다면 명상을 쿨(cool)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한 점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약점이 강점이 된 경우라고 생각해요. 저는 명상 전문가가 아니라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것이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저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연구해 ‘나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이 강점이 됐지요. 명상의 주요 개념을 한자(漢字)나 팔리어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 강점은 제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읽고 싶은 책을 썼어요.(그가 2012년 펴낸 ‘서치 인사이드’는 세계적으로 50만권, 국내에서 5만권 정도 판매됐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IT 업계 사람들이 명상을 많이 하고 있지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IT 업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많아요. 처음에 명상을 접한 사람들은 ‘이상하다(weird)’라고 느꼈어요. 그러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치열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목적은 아니고요?

“그런 점도 있지요. 그렇지만 명상을 해본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감소되는 동시에 창의적인 생각이 샘 솟는 것을 경험합니다. 가령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라고 하던 사람들이 명상 수업을 들은 후에는 해결하는 경우도 있어요. 성취감을 얻었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명상 수업을 받은 사람들과 가족들로부터 ‘당신은 도대체 내 삶, 내 가족의 삶에 무슨 일을 한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듣지요. 그럴 때 저는 웃으며 ‘미안하다’고 합니다.”

-IT 기술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빼앗곤 하지요. 그런데 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수행을 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제가 처음 구글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중독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을 오래 붙잡아두려 했지만 원래 구글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고 빨리 떠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해결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마음챙김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책에서 ‘행복은 마음의 초기 상태’라고 하셨어요. 마음의 초기 상태를 잘 유지하고 계시나요?

“항상 노력합니다. 좌선할 때 95% 정도는 기쁨에 접근할 수 있어요. 옛날 어떤 부잣집에 우물이 있어서 언제든 물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요. 저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듯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12년 전 책에선 어린 딸과 2분씩 명상을 한다고 하셨어요.

“예전에는 초보자에게 2분부터 시작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긴 것 같아요. 이제는 명상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한 호흡(one breath)’을 권합니다. 10초가 될 수도 있지요. 한 호흡을 하고 또 한 호흡. 그렇게 차츰 늘려가라고 권합니다.”

-12년 전 저서 ‘서치 인사이드’에서 ‘나는 보물 창고의 문을 열어주는 사람. 가져갈지 말지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하셨지요?

“저는 여전히 사람들이 보물을 더 많이 가져가면 좋겠습니다. 동전 한 줌만 가져가도 몇 년 동안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만 주머니마다 가득 가져가서 집도 샀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인 마음챙김과 스트레스 감소를 넘어서 내면의 기쁨과 모든 사람을 위한 내면의 평화와 자비를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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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 멩 탄의 ‘서치 인사이드’ 중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어린 딸과 나는 함께 자리에 앉아 2분간 마음 챙김 연습을 한다. 하루에 2분씩 우리는 조용하게 ‘살아 있음’과 ‘함께 있음’을 즐긴다. 더 근본적으로 존재 상태를 즐긴다. 그냥 있는 것이다. 그냥 존재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귀중한 경험이다.“

―”참 허탈하다. 유사 이래 인류는 행복을 움켜쥐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해왔는데 알고 보니 그저 숨쉬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지속 가능한 행복을 낚아챌 수 있었다니 말이다.“

―”고통에 대처하는 원칙. 괴물(고통)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 먹이만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배가 고파 다른 데로 가버리기 쉽다.“

―”회의를 대하는 세 가지 가정:이 방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더 큰 선(善)을 위해 모였다고 가정하라. 그 누구도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가정하라.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증명될 때까지는 나름대로 다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라.“

―”마음 챙김 이메일 작성법:한 차례 의식적 호흡으로 시작하라. 수신자를 시각화하고 몇 분간 나처럼 자애심 연습을 시도하라. 보내기 전에 메시지의 감정적 맥락이 불명확하면 수정하라.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차례 의식적으로 호흡하라. 특히 분노의 이메일을 쓰는 중이라면 보내기 전에 세 차례 천천히 의식적으로 호흡하라.”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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