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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안대희 총리 후보자 사퇴’ 사설 비교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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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6월 17일에는 ‘진보 교육감 압승’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선거용 ‘졸속 지명’이 낳은 안대희 낙마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퇴했다. 대법관 출신으로서 ‘하루 1000만원’이란 고액 전관예우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들끓는 비판 여론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기부금 3억원을 낸 사실을 강조하고 변호사 개업 이후 증식한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기부 시점이 총리 지명 이후로 밝혀지고 총리직을 돈으로 사려 한다는 질타가 쏟아지면서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총리 후보자가 불미스런 전력으로 낙마한 데는 청와대 책임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에 민심을 헤아릴 의사나 읽어낼 능력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황제 전관예우’란 지적이 나오는 인물을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내세운 청와대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판단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청와대가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고액 수임료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면 무능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청와대가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전력을 알고서도 후보 지명을 강행했다면 더욱 큰 문제다. 인사 검증의 첫 관문이 재산 문제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안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 문제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안 후보자를 후보로 지명했다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눈높이’로 총리 후보자를 검증했다는 것인데 청와대 참모진의 기능이 크게 고장 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 실무적으로 검증을 책임진 인사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이번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박 대통령이다. 후임 총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일시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치는 데 선두에 서야 할 인물이다. 그만큼 지명에 앞서 능력과 자질, 과거 전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마땅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책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상태여서 후임 총리 지명을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지명한 5월22일은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당일이었다. 선거를 의식한 ‘졸속 검증’이 빚은 인사 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기본 철학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인사파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알았으면 한다.





[중앙일보 사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개혁 총리를 구하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로 그렇지 않아도 마음 둘 곳 없었던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 냉정한 자세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주일 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후보 지명을 받을 때 안 후보자는 “세월호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의 탐욕이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비정상적인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런 안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자리에 서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10년 전에 그를 ‘국민 검사’ ‘깨끗한 손’으로 환호했던 사람들은 안 후보자가 변호사 업무에 손을 댄 지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벌었다는 전관예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받았다. 안 후보자 개인에 대한 감상이라기보다 한국 사회를 숙명처럼 붙들고 있는 기득권 구조의 강고함에 절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후보직을 사퇴한 건 바람직한 처신이다.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지명한 건 세월호 참사의 환경이 됐던 관피아, 즉 관료 마피아의 끼리끼리 문화, 전관예우 풍토를 도려낼 적임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 후보 스스로 관피아보다 한 술 더 떠 법피아, 즉 법조 마피아의 덫에 걸린 사실을 청와대가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전관예우의 현실을 안이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성 여부로만 상황을 판단하는 데 익숙한 청와대 참모들이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법률가적 집단사고에 젖어 국민적 거부감을 부를 안 후보자의 퇴임 뒤 행적을 못 본 건 아닌가.

‘좌장군 우율사 중관료’란 말에서 보듯 법조인을 우선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 개혁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서의 권력 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권력의 강함보다 위임, 법과 질서 외에 나눔과 배려, 바른 원칙에 앞서 국민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감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매사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보는 법조인이 이런 미덕을 지니기엔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은 시야를 넓혀 자신을 비판했던 사람들까지 인재풀에 넣어 새 총리감을 물색하기 바란다. 인사에서 더 이상의 실패는 있어선 안 된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않은 것뿐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개혁 총리감은 어디 있을까.

지금 나라는 총리 후보자의 낙마와 각종 사고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손잡고 분위기를 일신한다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적 위기를 대범한 역발상과 쇄신의 승부수로 극복하곤 했던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논리 대 논리]
중앙 “강고한 기득권 구조 탓”…한겨레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5월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 일주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로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 조직 혁신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던 그의 갑작스런 사퇴는 청와대와 국민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후보 지명을 받을 당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의 탐욕이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만큼 비정상적인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각오를 밝히고 나선 그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세월호 참사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울 만큼 청와대와 내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내각 진용을 짜고 국정 개혁을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국무총리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사태는 낙마의 원인인 전관예우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 부실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비교적 청렴하고 강직한 것으로 알려졌던 안대희 후보자가 변호사 개업 이후 5개월이라는 단기간에 16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면 유사한 다른 경우는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사회 전반적인 전관예우의 수준과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알면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논란이 일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이번 낙마 사태가 혁신적 국정 운영 방향의 핵심인 ‘관피아’ 척결을 이끌어야 할 당사자 스스로가 전관예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비난하는 여론을 견디지 못한 결과라는 데는 <중앙>, <한겨레> 사설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두 신문 모두 이미 후보자가 법조 마피아의 덫에 걸린 사실을 걸러내지 못한 것과 전관예우의 현실을 안이하게 처리한 것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과정과 시각에서는 약간의 온도차가 나타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이번 낙마 사태가 ‘한국사회를 숙명처럼 붙들고 있는 기득권 구조의 강고함’ 때문이라고 설명함으로써 특정 개인이나 집단보다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불법성 여부로만 상황을 판단하는데 익숙한 청와대 참모들이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법률가적 집단사고에 젖어 국민적 거부감을 부를 안 후보자의 퇴임 뒤 행적을 못 본 건 아닌가’하고 반문한다.

<한겨레>는 문제 인식의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훨씬 단호하게 청와대 책임론을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에 민심을 헤아릴 의사나 읽어낼 능력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고액 수임료 문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것이고 알고서도 강행했다면 이 정도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라는 주장이다.

<중앙>은 이번 낙마 사태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새로운 인물을 찾는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개혁 총리를 구하라’는 사설 제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거나 모두 냉정한 자세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에 이어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후보직을 사퇴한 것을 ‘바람직한 처신’으로 정리하고 있다. 매사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보는 법조인들이 ‘권력의 강함보다 위임, 법과 질서 외에 나눔과 배려, 바른 원칙에 앞서 국민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감의 시대가 요구하는 미덕을 지니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이 시야를 넓혀 반대 세력의 사람들까지 인재풀에 넣어 새 총리감을 물색하라고 까지 주문하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제목부터 ‘안대희 인사 참사 김기춘 비서실장 문책해야’로 강하게 청와대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낙마 파동이 청와대 인사 검증 부실과 도덕 불감증이 합작해서 빚은 결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 실무적으로 검증을 책임진 인사들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민낯을 드러낸 우리사회 병폐를 고치는데 선두에 서야 할 총리후보자였다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검증이 마땅했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총리후보자를 지명한 5월22일이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당일이란 점을 들어 ‘선거를 의식한 졸속 검증이 빚은 인사 참사’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앞으로 박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기본 철학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인사파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전관예우


전관예우의 본래 의미는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사람이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맡은 사건에 대해서 법원과 검찰에서 유리하게 판결하는 법조계의 관행적 특혜’를 말한다. 그동안 주로 법조계에서 통용되던 용어가 점차 관이나 군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우리사회 고질적 병폐를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사전적으로는 ‘장관급 이상의 관직을 지냈던 사람에게 퇴직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 전반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전관예우는 법조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청산해야 할 악습으로 비판받아 왔는데, 이번 안대희 총리후보자의 낙마도 결국 전관예우의 덫에 걸려든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법을 비롯한 각종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꾸준히 방지책을 마련해 왔으나 근절되지 않았다. 안대희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변호사 개업 이후 5개월 만에 16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 전관예우를 넘어 ‘황제 전관예우’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안 후보자 사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법들이 연이어 제정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을 비롯하여 세월호 참사의 원인 분석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관피아(관계+마피아), 법피아(법조계+마피아) 등으로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추천 도서]

전관예우 비밀해제
강철원 외 6명 지음
북콤마 펴냄, 2013년

한국사회 뿌리깊은 전관예우 실태와 대형 로펌을 매개로 돈과 명예를 누리다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가는 퇴임 고위공직자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모든 공직에 전관예우가 있다, 전관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대한민국은 로펌공화국, 전관리턴 사회 해법은 없는가 등으로 꾸며진 이 책은 일명 ‘김영란법’의 입법 가능성까지를 진단하고 있다. 한국일보 법조팀 사건기자들이 함께 집필에 참여한 공동 저작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참여정부 인사검증의 살아있는 기록
권오중 지음
리북 펴냄, 2010년

참여정부 인사 검증 담당 행정관이 쓴 대한민국 최고위직 인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해부한 참여정부 5년간의 경험과 평가 기록이다. 인사는 권력의 영원한 숙제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의 경험과 성과는 계속 축적되어야 하고 우리 사회가 공들여 사회적 자산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를 주창하고 기록으로 뒷받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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