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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서해 NLL만 주시하다 하늘길은 뚫린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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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뻥 뚫린 방공망 / 무인기 '북한産' 결론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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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군은 북한의 포격훈련에 대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가 하늘로 들어오는 북한 정찰기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북한의 해안포와 방사포가 NLL을 넘어오는지 확인하는 데만 집중해 감시자산을 총투입했다. 그러는 사이 백령도 하늘은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2일 "방공망이 뚫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소형 정찰기를 보유하고 이를 운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우리가 큰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북한이 영상을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무인기와 같은 종류로 알려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엔진 배터리에는 '사용중지 날자 2014.6.25'라는 한글과 숫자가 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날자'는 날짜를 뜻하는 북한말이다. '기용날자 2013.6.25'라는 표기도 있었다. 군은 이를 무인기가 북한에서 제조됐다는 유력한 증거로 제시했다. 이 무인기는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기능이 없고 회수한 뒤 판독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한의 정찰기가 우리 영공에 들어온 것은 엄연히 방공작전 실패로 보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군의 방공망이 포착해야 하는 대상에는 정찰기도 분명히 포함된다"며 "사실상 영공이 북한에 뚫린 것"이라고 시인했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현행 방공망은 소형 경량 비행체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포격훈련을 하던 지난달 31일 군 레이더는 지상과 공중에서 백령도 일대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상에서 운용하는 레이더에는 무인기가 포착되지 않았고 상공에서 작전 중이던 항공기에서는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중 레이더에 작은 물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며 "결과적으로는 항공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파주 추락 무인항공기 내부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 한 야산에 추락한 북한의 무인항공기를 근접거리에서 촬영한 모습. 사각형의 기체 정중앙 내부에 일본제 DSLR카메라가 장착돼 청와대까지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제공=국방부]


다른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보유한 저고도 탐지 레이더는 북한의 AN-2기를 잡아내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 레이더가 포착할 수 있는 크기보다 더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하지만 북한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 항공기 카메라에 찍힌 사진의 해상도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은 소형 무인 정찰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전반적인 방공작전 체계를 보완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2일 오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포괄적 대응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참석자들은 최근 동해안 일대에서 포착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정밀 분석하는 한편 북한 외무성이 언급한 제4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특히 백령도와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와 관련한 군ㆍ경ㆍ정보당국 간 정보와 기술분석 결과를 종합 평가하고 이른 시일 안에 북한의 무인항공기 추적ㆍ탐지ㆍ격추 등을 포괄하는 대비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오후 5시부터 회의 중간에 도시락을 시켜 먹으면서까지 3시간 이상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NSC 상임위원회가 소집되기 전인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중앙합동조사가 끝나면 국가안보실 주관으로 관련 기관, 국방부, 합참본부, 수도방위사령부 등이 합동으로 회의해 대책을 발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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