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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 (화)

‘오락가락’ 토지거래허가제…서울 부동산 시장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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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잠실 아파트 호가 수억 ‘뚝뚝’
마포·성동·강동 이제 오를 일만?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로 확대 지정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지정하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집주인들 불만이 들끓는다. 갑작스러운 규제에 놀란 강남, 용산 아파트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억원씩 내리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책 부작용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당장 규제를 피한 서울 마포, 성동, 광진, 강동구 일대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크다. 아파트만 지정 대상에 포함시켜 고급 빌라나 재개발 구역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점도 논란거리다. 정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정책은 과연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매경이코노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지정 시행일인 3월 24일과 26일. 이틀간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단지 상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수요자 발걸음이 끊겨 한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토허제 지정 직전 주말, 전세 낀 매물을 싸게 잡으려는 ‘갭투자’ 수요가 빗발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잠실 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에 붙은 매물 안내판이 시장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이 백지. 간혹 A4 용지에 프린트된 전세, 월세 매물이 한두 장 붙어 있긴 했지만, 매매 매물은 찾기 힘들다. 트리지움 상가에서 15년 넘게 중개업을 해온 공인중개사 A씨는 “토허제 해제 직후에는 매물이 쏟아지며 호가가 2억원 정도 올랐지만, 토허제 확대 지정 발표 직후 바로 1억~2억원 다시 떨어지다 지금은 거의 원상 복구됐다”며 “세를 안고 있는 급한 매물은 주말에 다 소진됐고, 이젠 매도·매수자 모두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엘스 단지 상가 내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몇 중개사무소 벽면 유리창에는 매물 정보 대신 토허제 관련 기사들이 빼곡했고, 사무소 안엔 직원 한두 명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토허제 정책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잠실 공인중개사 B씨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규제를 휘두르며, 개인의 재산권을 이렇게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는데, 너무 짧은 정책 주기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오히려 불안정성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폭풍은 예상보다 컸다. 갭투자가 막히면서 강남권과 용산구 일대 주요 단지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지는 모습이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반포 신축 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 호가는 5억원이나 하락했다. 당초 호가가 60억원 선이었지만 집주인이 호가를 기존보다 5억원 낮춰 55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이번에 정부와 서울시가 확대 지정한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주택 매수 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주택 매수자는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이내 모두 팔아야 한다. 사실상 무주택자만 아파트 매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당연히 거래 절벽이 나타날 우려도 크다. 과거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을 때도 그랬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에 따르면 잠삼대청에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2018년 6월~2020년 5월) 4456건이던 잠실동 아파트 거래량은 규제 이후(2020년 6월~2022년 5월) 814건으로 82%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청담동(-61.4%), 대치동(-60.1%)도 거래가 크게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마포, 성동, 강동, 광진구 등 한강벨트 일대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적잖다. 서울 마포구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호가는 최근 2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인근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 호가는 24억5000만원에 달한다. 광진구 광장힐스테이트 같은 평형 실거래가도 22억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한편에서는 개발 호재나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 이슈가 없는 일반 아파트 거래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용산 주민 이 모 씨는 “강남과 비교하면 용산은 이촌동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 집값 상승폭이 적은데 강남과 같은 대상으로 묶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포, 성동구까지 포함해 자치구별로 집값 상승세가 컸던 동 위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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