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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봄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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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봄이 되어 기대되고 좋은 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마음껏 바깥을 걸을 수 있음이 감사하다.

물론 겨울에도 가끔 등산도 하고 집 주위를 걷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추위 때문에 움츠려 있었다.

그렇지만 날이 풀리고 기온이 올라가니 저절로 바깥으로 나서고 싶어진다.

3월 이후 한 주에 한두 번 4㎞ 남짓한 길을 걸어 출근했다.

논둑과 밭둑, 산길과 동네 길을 한 시간 가까이 걸으며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세상을 만난다.

일과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해야 잘 섬길지를 생각한다.

보고 싶은 이들에게 걸으면서 전화를 걸기도 한다.

때로 인터넷 라디오도 듣는다.

AI를 상대로 영어 대화 연습도 한다.

아침 운동으로 산길을 걷는 이들을 마주치면 가벼운 아침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이렇게 걸어서 사무실에 도착하면 더욱 힘이 나서 자신감이 생긴다.

때로는 퇴근길에도 걷고, 걷다가 힘들면 지나가는 버스를 타기도 한다.

출퇴근만이 아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한나절을 할애해 동네 산을 찾아 걷는다.

겨울 동안에 가지 못했던 집 근처 망월산이나 용덕산, 그리고 가까운 성무봉, 산성, 양성산 등의 능선길을 혼자서 두어 시간 걷는다.

거기서 약동하는 봄기운과 함께 활력을 느낀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고향 동네 미원에 있는 미동산수목원을 찾아 두어 시간 걸었다.

몇 개월 만에 가보니, 꽤 많은 시설이 바뀌었다.

황톳길도 몇백 미터 조성되었다.

새로운 도서관도 생겼다.

호숫가에 높은 전망대도 생긴 지 꽤 됐지만, 이번에 처음 올라가 고향 동네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길과 예전 폭포수 근처에 조성된 상록담 저수지를 지나 상류 수생식물원까지 걸었다.

돌아오는 길은 숲체험길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심방골, 방아니골, 절골 등 어린 시절 들었던 골짜기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조금씩 올라오는 나뭇잎새와 새싹들을 만나 봄을 체험한다.

지난 주말에는 라이온스 행사 간 김에 섬진강 매화마을을 찾아 걸었다.

인파에 치이고 차에 치였지만, 먼저 찾아온 남녘의 봄을 활짝 핀 매화와 함께 만났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홍매화, 백매화 등 화사하게 핀 매화꽃, 그리고 드라마에도 나온 유명한 대나무 숲을 만나 걷는 길이 푸근하다.

동네 사람들이 만들어 파는 국수와 부침개로 점심 요기를 하고, 높은 전망대에 올라 매화꽃으로 가득 찬 동네는 물론 동네 앞을 흐르는 널찍한 섬진강을 멀리까지 바라보고, 지리산 자락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섬진강변 매화다.

그래서 해마다 3월이면 그곳에 간다.

활짝 핀 매화와 함께 유장하게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남녘의 봄을 만끽한다.

가는 데만 얼추 세 시간 이상 걸리는 찻길이 아깝지 않다.

그렇게 섬진강의 봄길을 걸으며 행복했다.

이제 곧 4월이 시작된다.

사월(四月)이 기대된다.

온갖 식물이 되살아나 천지에 푸른 빛이 돌고, 목련과 개나리, 벚꽃, 복사꽃, 살구꽃을 비롯한 갖가지 꽃과 향기로 가득 찬 사월에는 더 많이 걷게 될 것이다.

더 활발하게 걸으며 자연을 만끽할 생각에 다소 흥분되기도 한다.

걸으면 몸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동기와 학습능력, 성취감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약이다(Walking is men's best medicine)"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마음도 몸도 푸근해지는 생동하는 계절 봄, 봄길 걷기.

혼자도 좋다.

둘도 좋다.

자녀들과 함께해도 좋다.

여러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은 더욱 좋다.

여럿이 함께 어울릴 때 사회성도 높아지고 도파민도 더욱 많이 나온다.

자연히 몸과 마음이 환해지고 더 많은 성취욕구가 생긴다.

다시 맞은 아름다운 계절 봄.

대통령의 우둔한 생각 때문에 벌어진 내란이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아 4개월째 나라가 혼란하고, 영남지역에서 발생해 일주일 이상 꺼지지 않는 산불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당하고 있지만, 봄길 걷기는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귀한 일이다.

그래서 꼭 추천하고 싶은 일이다.

유재풍 변호사·중부포럼 회장 열린세상,유재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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