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재로 양국 흑해 휴전 동의
에너지시설·흑해 ‘무력 배제’
흑해 통한 러시아 곡물 수출 유리
러 측 “곡물 관련 금융 제재 풀어야”
휴전 시점까지 추가 논의 오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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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나이나가 흑해에서 휴전하기로 했다고 미국이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즉시 준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모스크바는 먼저 농산물 수출과 관련 러시아 은행에 부과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러시아 측은 이번 흑해 휴전 합의를 통해 흑해를 통한 곡물과 비료 수출길을 복원하고자 하는 분위기다.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 시간)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군사 목적으로 상업 선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2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해 진행한 실무협상 결과다. 우크라이나도 동의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모든 당사국은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중단하기로 한 바 있다. 이날 흑해 휴전 합의는 당시 두 대통령 합의 이후 추가된 실무 협의 결과다. 미·러 양국은 흑해 휴전 외에도 에너지 시설 휴전 합의 이행을 위한 조치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미국 측 협상단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을 잇달아 만나며 이 같은 합의를 중재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은 직접 만나지 않았으며 미국 측이 양국 대표단과 따로 회담하며 3각 합의를 유도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측이 이번 합의가 갖는 주요 의미로 흑해를 통한 러시아의 곡물·비료 수출 복원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미국은 농업(농산물) 및 비료 수출을 위한 러시아의 세계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며, 이러한 거래를 위한 항구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이에 대해 실제로 흑해를 통한 수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가 풀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번 합의에 대한 성명에서 “흑해 협정 준수는 식량과 비료 무역에 관여하는 러시아 은행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농업은행(Rosselkhozbank)을 직접 언급하며 국제금융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에 다시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 미국 행정부의 제재 담당자인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 선임 연구원은 “푸틴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은행과 에너지회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라며 “모스크바와 워싱턴 사이에는 햇빛이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에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혜택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흑해 휴전으로 러시아 수출 확대 지원 합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거래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혜택을 제공했는지는 현 시점에서 명확하지 않다”며 “그동안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과 해상 드론 공격으로 오랬동안 흑해 대부분 지역에서 철수했었고,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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