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3시께 인천 계양구에 있는 경인여대 강의실에서 몽골에서 유학온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은 경인여대가 올해 만든 외국인 유학생 대상 요양보호사 학위과정에 참여 중인 학생들이다. 이승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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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나나예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이클이예요.”
21일 인천 계양구의 경인여대 글로벌한국학과 강의실에서 몽골에서 온 유학생 5명이 칠판에 있는 한글을 읽고 있다. 이들은 경인여대에 신설된 2년제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온 유학생들이다.
수업을 듣고 있는 뭉군지구르 한나는 “한국어 공부와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고 했다. 경인여대 관계자는 “아동보호사의 경우 오히려 영어를 써달라는 부모들도 많은데 요양보호사는 대상자가 노인들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인여대는 올해 1학기부터 외국인 유학생 전담학과인 글로벌한국학과에 2년제 요양보호사 양성을 위한 학위과정을 만들었다. 요양보호사 학위과정은 외국 유학생들이 요양보호사 국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개설된 과정이다.
유학생들은 요양보호와 인권, 노화와 건강증진, 요양보호와 생활지원, 상황별 요양보호 기술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된 이론수업을 받고 실습을 하는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을 받는다. 국내에서 외국인 대상 요양보호사 학위과정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인여대는 국내 고령화 사회의 요양보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위과정을 신설했다고 설명한다. 학위과정에 선발되면 입학을 위해 필요한 비자 발급부터 졸업 뒤 요양보호사로 취업하면 받을 수 있는 비자 발급 등까지 학교에서 지원해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외국인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을 허용하는 특정활동(E-7) 비자에 ‘요양보호사’ 직종을 신설하고, 연 400명의 범위에서 2년간 해당 자격 취득을 허용하는 시범운영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경인여대는 몽골과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등 해외 대학 및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선발된 유학생에게 각종 장학금을 제공하고 숙소 문제도 지원해주고 있다. 육동인 경인여대 총장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단순히 학위 취득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은 경인여대를 시작으로 다른 대학으로도 퍼질 분위기다. 충남대에서는 한 외국인 유학생이 독학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례가 있었고 경남정보대는 지역 내 병원과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데 협력한다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시도들이 대학들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인천의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해당 비자가 한시 비자라는 점, 연간 비자 발급 규모가 정해져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자 발급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요양보호사를 미끼로 유학을 온 뒤 일을 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비자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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