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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 군사동맹 위축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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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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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대 수출품 중 하나가 방위 산업 제품, 즉 무기다. 지난해 미국의 총 수출액 3조2418억달러(약 4712조원) 중 3187억달러(약 463조원)로 비율이 9.8%에 달했다. 그 비율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 수요 증가 탓”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교전국들의 무기 수요가 늘어난 데다, 안보 위협을 느낀 주변국들마저 대거 무기를 사들였다.

미국산 무기가 이렇게 잘 팔리는데,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일견 의아해 보인다. 이른바 ‘방산 복합체’가 미국 정치를 지배하면서 무기 시장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전 세계에서 분쟁을 일으켜 왔다는 반미(反美) 이론가들의 주장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그 말대로면 전쟁이 계속 확대하는 것이 미국엔 더 이익일 것이다.

트럼프가 동맹국 방위에 냉담한 모습을 보이고,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 일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하면서 미국 무기의 판로는 더 줄어들게 생겼다. 지난 5년간 미국 무기의 가장 큰손(약 35%)이었던 유럽 국가들이 당장 “미국 무기 의존도를 줄여라”라며 비상이 걸렸다. 최근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를 만난 폴란드와 프랑스 정부 측도 이런 뉘앙스를 풍기며 방위 산업 협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지만 국가 간의 세계에선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70년 이상 서방 세계의 리더 국가이자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엔 미국의 핵 우산과 군사 동맹 정책이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서방 국가가 미국 무기를 선택하고, 미국 중심의 안보 전략을 구사해 왔다. 또 그 영향하에 미국식 경제·금융 정책이 세계 각국에 자리 잡았고, 결국 미국 기업과 경제의 성장 바탕이 됐다.

어찌 보면 안보를 기반으로 미국의 ‘글로벌 인프라’가 구축된 셈이다. 이를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는 것이 트럼프의 시각이다. 이 인프라에 다른 국가들이 의존하는 것을 ‘미국이 이용당한다’고 한다. 결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면서 미국이 누려온 영향력의 원천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가 시작한 관세 전쟁 역시 미국이 향유하는 글로벌 경제의 이득만 파괴할 공산이 크다.

이는 미국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 만든 글로벌 안보·경제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한국이다. 이 구조가 쇠퇴하면,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세계 무역이 크게 위축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중·러·일의 외풍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정치 탓에, 지금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한국의 진짜 위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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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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